제주항공·AK플라자 살리기 위해
애경그룹, 대출 받아 수천억원 지원
빌린 돈 상환 위해서 애경산업 매각
[본 기사는 09월 16일(15:38) 매일경제 자본시장 전문 유료매체인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지분 매각으로 확보할 수천억원을 빚을 갚는 데 주로 쓸 예정이다.
특히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자회사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받은 주식담보대출 상당액은 상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요건을 충족한 상황이어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애경그룹의 제주항공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AK홀딩스·애경자산관리 등은 애경산업 매각대금(약 4000억원 후반)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로 활용할 방침이다.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는 애경산업 지분을 각각 45.08%, 18.05% 보유하고 있다.
아직 매각대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AK홀딩스는 약 3500억원 내외, 애경자산관리는 1400억원 내외 현금(세전 기준)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애경그룹은 ‘오너일가 → 애경자산관리(오너일가 가족회사) → AK홀딩스 → 제주항공·애경케미칼·AK플라자 등 기타 계열사’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그동안 애경그룹 경영진은 코로나로 힘들었던 제주항공과 유통업 실적 악화로 힘들었던 AK플라자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도합 43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해당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AK홀딩스·애경자산관리 등 지주회사는 제주항공·애경산업·애경케미칼 등 상장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게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바 있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주로 개선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홀딩스는 그동안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총 3180억 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왔다.
이 가운데 애경산업 및 제주항공 지분 담보대출이 253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제주항공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의 절반(약 1000억원)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요건을 충족한 상황이다.
일례로,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분 9.67%를 담보로 KB증권으로부터 지난해 2월 500억원을 빌렸는데, 현재 주가상으론 계약상 담보비율(180%)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만일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출자가 반대매매에 나서게 되고 애경그룹의 제주항공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AK홀딩스가 애경산업 매각을 통해 약 3500억원 내외의 매각대금을 얻는다면, 이 중 상당수는 해당 주식담보대출을 갚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애경자산관리도 현재 애경산업·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약 309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상황인데, 애경산업 매각대금(1400억원 내외)로 이를 갚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경그룹에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애경산업 매각으로 빚을 갚으면, 유동성 위기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약 2800억원, AK플라자는 약 900억원의 자본금이 있어서 손실을 당장은 버틸 수 있는 구간이다.
다만 제주항공의 경우 부채비율이 600%를 넘어갔고,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도 800억원대에 달한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LCC(저가항공사) 업계 전반이 안 좋았던 영향이 컸다”라며 “제주항공 실적도 점차 턴어라운드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애경그룹 사정도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AK홀딩스는 애경산업 매각과 관련해 공시를 통해 “애경그룹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