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이끄는 삶 담은 뮤지컬 ‘박열’, 전시 ‘리얼 뱅크시’

3 weeks ago 1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바를 행동으로 옮긴 이들이 있다. 결코 쉽지 않기에 그런 길을 걸어간 이들에게 매료된다. 이들을 담은 뮤지컬과 전시를 만나보자.‘’

뮤지컬 ‘박열’
자유를 향해 질주한 불꽃같은 삶 

독립운동가 박열과 아내 가네코 후미코의 뜨거운 삶을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2021년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서 만나길 손꼽아 기다린 이들이 많았다. 이준익 감독이 동명 영화(2017년)로 제작하기도 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이 지진을 틈타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괴소문이 퍼진다. 이로 인해 조선인이 6000명 넘게 학살되자 일본 정부가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아나키스트 박열을 구속하며 벌어진 사건을 그렸다. 실존 인물인 박열과 후미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가상인물인 류지(도쿄재판소 검사국장)를 등장시켰다.

뮤지컬 ‘박열’에서 박열 역을 맡은 손유동(왼쪽)과 아내 후미코를 연기하는  최지혜.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박열’에서 박열 역을 맡은 손유동(왼쪽)과 아내 후미코를 연기하는 최지혜.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박열’에서 박열 역의 현석준(오른쪽)과 아내 후미코 역을 맡은 박새힘.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박열’에서 박열 역의 현석준(오른쪽)과 아내 후미코 역을 맡은 박새힘.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박열’에서 박열 역을 맡은 백기범(오른쪽)과 아내 후미코 역의 이정화.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박열’에서 박열 역을 맡은 백기범(오른쪽)과 아내 후미코 역의 이정화.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자기만의 방법으로 조선과 비밀결사단체 ‘불령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박열, 일본인이지만 남편과 뜻을 함께하는 아나키스트로 당당함을 지닌 후미코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박열에 대한 재판을 통해 출세를 꿈꾸는 류지는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일본 왕세자를 저격하려 했다고 밝히는 박열과 후미코. 자신이 짠 연극대로 진행될 거라 자신하던 류지는 자유를 열망하며 “당신은 자유로운가”라며 도리어 묻는 박열을 보며 점점 흔들린다. 세간의 시선이 온통 쏠린 재판을 역으로 이용해 일본의 만행을 질타하며 사형시켜달라고 요구하는 박열과 후미코는 자유, 인간의 의지, 삶의 의미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

질주하는 서사와 함께 매혹적인 넘버는 작품에 힘을 더한다. 후미코가 부르는 ‘나를 지킨다는 것’은 특히 사랑받는 넘버다. 박열과 후미코가 함께 하는 ‘불꽃처럼’은 연인이자 동지로 단단하게 묶인 둘의 관계를 선명하게 짚어낸다.

박열 역은 손유동 현석준 백기범이 맡았다. 후미코는 이정화 박새힘 최지혜가 연기한다. 류지 역으로는 문경초 임별 김준식 김준호가 무대에 선다. 백기범 이정화 최지혜 문경초 임별은 초연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손유동 현석준 박새힘 김준식 김준호도 맡은 캐릭터를 매끄럽게 소화하며 에너지를 더한다. 

9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3관.

전시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
현실을 뒤흔든 유쾌하고 전복적인 상상력

‘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철학이다. 그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130여 점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로, 특히 20대와 30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은층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로 꼽힌다. ‘꽃 던지는 소년’(2003년), ‘몽키 퀸’(2003년), ‘나는 경찰(Flying Copper·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등 유명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뱅크시의 ‘꽃 던지는 소년’.                    아튠즈 제공

뱅크시의 ‘꽃 던지는 소년’. 아튠즈 제공

뱅크시의 ‘나는 경찰(Flying Copper)’.                        아튠즈 제공

뱅크시의 ‘나는 경찰(Flying Copper)’. 아튠즈 제공
뱅크시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한다. 이에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뱅크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큐레이터 피에르니콜라 디로리오는 “정치부터 사회문제까지 많은 사람이 처한 상황을 표현하며 소통하는 작가로서 뱅크시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지하 4층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뱅크시가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운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벽에 가로막힌 호텔·2017년)’ 영상과 영국에 만든 ‘디즈멀랜드’(2015년) 영상을 볼 수 있다. ‘월드 오프 호텔’은 이 지역의 분쟁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디즈멀랜드’는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인 신데렐라, 호수 위 난민 보트 등을 통해 디즈니랜드를 풍자했다.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            아튠즈 제공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 아튠즈 제공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역시 창조의 욕구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그대로(?) 행동에 옮긴 작품도 있다. ‘풍선을 든 소녀’다. 201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104만 2000파운드(약 17억 원)에 낙찰된 직후 액자 아래로 그림이 저절로 내려가면서 파쇄돼 화제가 됐다. 이번 전시에 나온 건 이 작품의 다른 에디션이다.

뱅크시의 ‘네이팜’.                아튠즈 제공

뱅크시의 ‘네이팜’. 아튠즈 제공
맥도널드 마스코트인 로널드와 미키마우스가 베트남전쟁 때 네이팜탄으로 피해를 입은 소녀의 두 팔을 각각 잡고 있는 ‘네이팜’(2003년)은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친숙하게 여기는 이들 기업의 돈이 한쪽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뻥 뚫린 넓은 곳이 아니라 여러 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길거리 담벼락에 그라피티를 그린 뱅크시의 작품을 선보이기에 맞춤한 듯하다. 전시장 계단과 벽에는 뱅크시 작품을 모티브로 한 벽화와 그라피티가 장식돼 있어 그의 작품 세계를 공간적으로도 돋보이게 구현했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도 인기다. 특히 출구에는 절반이 파쇄된 ‘풍선을 든 소녀’를 큰 모형그림으로 설치해 웃음을 터뜨리며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관람객이 많다. 
10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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