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근육 운동 병행해야 오래 즐겨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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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미스터코리아 출신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은 지난해 ‘일흔 살에 마라톤 풀코스를 다시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추가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마라톤 훈련을 시작했다. 올해 만 70세가 되는 해다. 2000년 마라톤에 입문해 2017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27분28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울 때까지 풀코스를 43회 완주한 ‘철각’이었다. 이후론 마라톤보다는 사이클과 트레킹을 즐겼다.

창용찬 원장이 서울 중구 삼일대로 피트니스101에서 운동하고 있다. 근육운동과 달리기(유산소운동)를 5대5 비율로 하루 90분씩 주중 4회 하고 있는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해야 마라톤을 오래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창용찬 원장이 서울 중구 삼일대로 피트니스101에서 운동하고 있다. 근육운동과 달리기(유산소운동)를 5대5 비율로 하루 90분씩 주중 4회 하고 있는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해야 마라톤을 오래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17년까지 마라톤 풀코스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 등 기록에 도전하면서 다소 진이 빠졌어요. 330에 7번 도전해 성공한 순간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버렸어요. 기록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각오였죠. 원래는 310(3시간 10분 이내)도 꿈꿨었는데 포기했죠. 1년에 하프코스 1~2회 가볍게 달리며 즐기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산을 오르고 사이클을 타다 보니 달릴 기회가 줄었고, 나중엔 아예 달리지 않았죠. 그러다 지난해 나이 일흔을 앞두고 20년 가까이 빠져 지냈던 마라톤 풀코스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졌죠. 그런데 역시 마라톤은 쉽지 않아요.”

트레킹과 사이클을 즐기며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는데도 고령에 체중이 많이 나가다 보니 좀 무리하면 무릎에 통증이 왔다. 그는 근육량이 많아 평소 80kg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무릎을 많이 사용해 조심해야 한다. 75kg까지 빼야 달리기 편하다. 그런데 나이 들어 체중 감량이 쉽지 않고, 무리하게 빼면 역효과가 있다”고 했다. 당초 3월 16일 열린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훈련 부족으로 포기했다. 대신 4월 13일 열리는 한 대회의 하프코스에 출전한다. 그리고 올해 안에 풀코스 완주란 버킷리스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창용찬 원장이 서울 중구 삼일대로 피트니스101 트레드밀 위를 달리고 있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43회 완주한 그는 만 70세가 되는 올해 풀코스 완주를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다시 달리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창용찬 원장이 서울 중구 삼일대로 피트니스101 트레드밀 위를 달리고 있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43회 완주한 그는 만 70세가 되는 올해 풀코스 완주를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다시 달리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창 원장은 망가진 몸을 되살리기 위해 달렸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1992년부터 대한보디빌딩협회에서 보디빌딩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운동은 하지 않고 과한 음주에 업무 스트레스까지 겹쳐 3차례나 졸도로 쓰러져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달리기 시작한 이유다.“저를 포함에 엘리트 선수로 활약했던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이 ‘이렇게 건강한데 운동은 왜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일종의 보상 심리이기도 하고 너무 운동을 많이 해 탈진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죠. 저는 당시 이유도 없이 화장실에서 넘어져 119에 실려 갔죠. 한 번은 제주도에서 대회를 하고 있는데 쓰러져 이마를 다치는 바람에 6바늘을 꿰맨 적도 있어요. 그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1982년 미스터코리아에 올랐을 때 창용찬 원장 모습. 창용찬 원장 제공.

1982년 미스터코리아에 올랐을 때 창용찬 원장 모습. 창용찬 원장 제공.

달리니 몸이 달라졌다. 부정맥도 사라졌다. 안정시 심박수가 70회이었는데 52회로 떨어졌다. 달리기로 건강을 회복한 뒤 사이클, 트레킹도 즐겼다. 한창 달리기에 빠졌을 땐 100km 울트라마라톤을 12회 완주했다. 산과 극지도 달렸다. 강북 5산 종주 산악마라톤인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8km를 3년 연속 달렸다.

2005년 사하라사막마라톤(이집트), 2006년 고비사막마라톤(중국·마스터스부 우승), 2008년 아카타마사막마라톤(칠레) 각 250km를 달렸다. 남극마라톤을 달려야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데 남극은 달리기에 별 재미가 없다고 보고 안 갔다. 남극마라톤은 일정 거리를 계속 반복해 250km를 달려야 한다.

2013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ABC) 트레킹을 다녀왔다. 2016년부터 2년 연속 대관령 50km 트레일러닝을 완주했다. 2017년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158km 트레킹, 2018년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5550m 트레킹을 다녀왔다.

창용찬 원장이 2006년 고비사막마라톤(중국)에 출전헤 마스터스부 에서 우승한 뒤 모습. 창용찬 원장 제공.

창용찬 원장이 2006년 고비사막마라톤(중국)에 출전헤 마스터스부 에서 우승한 뒤 모습. 창용찬 원장 제공.

“산에 가면 자유인이 된 것 같아요. 흙길이 있고 나무와 풀, 돌, 바위…. 시각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유로웠죠. 마라톤하고 트레일러닝은 힘들지만 특정 거리를 완주한 뒤 얻는 쾌감이 좋았죠. 보디빌딩 선수로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린 뒤 느끼는 감정이랄까요.”

2010년부터 타기 시작한 사이클은 새 세상이었다. 마라톤은 기껏해야 시속 12~13km로 달리지만 사이클은 빠를 땐 시속 40km 정도로 달릴 수 있어 스피드를 즐길 수 있었다. 하루 100~200km도 달릴 수 있다. 지역을 정하고 타고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는 재미도 쏠쏠했다. 건강 증진과 맛집 탐방을 동시에 할 수 있다. 4대강 등 전국을 질주했다. 제주 둘레길도 여러 차례 돌았다. 4월 초에도 제주도 둘레길을 돌 예정이다.

“과거엔 제주도 갈 때 사이클을 가지고 갔어요. 비행기 타고 갈 때 다소 힘겨웠죠.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요. 현지에서 적은 비용으로 빌려서 탈 수 있거든요. 가벼운 복장으로 건너가 빌려서 타고 반납하면 되니 아주 편해요.”

창용찬 원장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사이클을 들어 올리고 있다. 2010년부터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그는 4대강, 동해안 등 전국을 질주하고 있다. 창용찬 원장 제공.

창용찬 원장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사이클을 들어 올리고 있다. 2010년부터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그는 4대강, 동해안 등 전국을 질주하고 있다. 창용찬 원장 제공.

창 원장은 이렇게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 운동과 달리기를 5대5 비율로 하루 90분씩 주중 4회를 한다. 주말에는 서울 안산이나 남산을 달리거나, 사이클 장거리 라이딩을 한다. 창 원장은 근육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년 이후엔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20세 후반부터 매년 근육이 줄어드는데 나이 들면 그 감소폭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달릴 땐 관절 부근 근육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움직일 때는 206개 뼈와 약 650여 개의 골격근이 총가동됩니다. 마라톤 풀코스와 같은 긴 거리를 장시간 달리려면 각 관절 근육이 튼튼해야 버틸 수 있습니다. 발목과 무릎은 물론 척추 등 주요 부위 근육을 키워줘야 합니다. 그래야 부상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 활기차게 살기 위해서는 심폐지구력도 중요하죠. 심장과 폐가 튼튼해야 어떤 운동을 해도 지치지 않으니까요. 근육운동과 유산소 운동, 두 운동을 조화시켜서 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제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행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창 원장은 보디빌딩 지도자들을 양성하며 쌓은 지식과 직접 운동하면서 얻은 경험을 유튜브 ‘Go100’에서 널리 전하고 있다. 그는 “실버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정보를 생생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창원창 원장(오른쪽)이 동아마라톤 4시간 페이스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모습. 창용찬 원장 제공.

창원창 원장(오른쪽)이 동아마라톤 4시간 페이스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모습. 창용찬 원장 제공.

창 원장이 다시 달린다는 소식에 분당검푸마라톤 회원들도 동참하고 나섰다. 그는 “10여 명이 나랑 함께 뛰겠다고 한다”고 했다. 분당검푸마라톤은 창 원장이 마라톤 시작할 때 가입해 달린 동호회다. 회장도 맡았었다. 그는 “보디빌더들만을 만나다 마라톤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서도 돕고 의지하며 달렸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아마라톤에서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네 차례 한 것도 내 인생의 큰 추억 거리”라고 했다.

창 원장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자전거 타고 완주하기, 아프리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오르기 등 지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버킷리스트를 5개 만들어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그는 “고령이라도 체력을 잘 관리하면 어떤 스포츠든 오래 즐길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창용찬 원장이 서울 중구 삼일대로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마라톤을 오래 즐기기 위해선 근육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amato99@donga.com

창용찬 원장이 서울 중구 삼일대로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마라톤을 오래 즐기기 위해선 근육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amato99@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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