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 상환" vs 금감원 "법령 충족 못해"…정면 충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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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 900억 후순위채 조기상환 절차 개시
"일반계정서 사용해 계약자 보호 문제 없다"
금감원, 규정 미충족 지적…"수시검사 계획"
"일반계정, 컨티전시 플랜…임의로 쓸 수 없어"
양측 갈등, 법적 공방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

  • 등록 2025-05-08 오후 6:17:20

    수정 2025-05-08 오후 6:59:20

[이데일리 송주오 김국배 기자] 금융감독원과 롯데손배보험이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조기상환(콜옵션)을 두고 첨예하게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후순위채 상환 이후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하락을 두고 시각차가 벌어진 것이다. 금감원은 건전성을 우려하며 콜옵션을 제지했다. 롯데손보는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강조하며 상환 이외에 모든 방법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금감원이 엄중조치를 예고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롯데손보 “투자자 보호·금융시장 안정 위한 결정”

롯데손보는 8일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롯데손보는 신규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기존 채권 상환을 준비했으나 금감원이 채권 발행을 보류시킴에 따라 발행을 철회한 바 있다. 회사 측은 “당시 금융당국은 후순위채발행 수요예측 전날 정정신고를 요구하는 등 발행 조건을 강화해 실질적 발행이 어렵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7일 콜옵션 행사를 재차 준비했지만 금융당국이 콜옵션 행사 이후 지급여력비율이 150%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현행 감독규정은 후순위채 상환 후 킥스 비율이 150% 이상만 조기 상환을 허용한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150%에 미달한다. 이런 탓에 롯데손보는 금감원에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 7일 이를 불승인하고 콜옵션 행사를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금감원의 결정에 따라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투자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콜옵션을 행사, 후순위채를 상환하기로 한 것이다”며 다만 금감원이 승인을 불허하고 제재에 나서면 상환 이외에 투자자보호를 위한 모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손보는 일단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에 돌입했으며 수일 내 상환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상환은 회사의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자 자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계약자 보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앞으로도 투자자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고 고객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채권 상환과 미상환 중 어느 쪽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 합당한지를 놓고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적기시정조치 등 금감원의 제재가 이뤄진다면 이를 두고 법적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손보는 금감원이 감독규정을 경직적으로 해석해 투자자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롯데손보의 이러한 선택이 앞으로의 자본조달을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다음 자본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차환을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으로서는 킥스 비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장 분위기와 기업 평판 모두 중요하다”고 했다.

금감원 “롯데손보 논리 처음 들어본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콜옵션 강행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 강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롯데손보가 계약자 보호에 필요한 재무 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하겠다”고 했다.

이세훈 수석부원장도 브리핑을 열고 롯데손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에 대해 수시검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손보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비조치의견서 거부와 관련 “법령과 관련 규정에 상환할 수 있는 요건이 기술돼 있다”며 “법령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당국이 어떤 의견을 주더라도 법 위반을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일반계정 자금 사용으로 계약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는 롯데손보의 설명에 대해 ‘처음 듣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고유계정의 일반자금은 고객 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다”며 “그 자본을 훼손하는 부분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고 회사가 마음대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이날 ‘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 상관’ 설명 자료에서 지난 2월 후순위채 발행·공시 과정을 놓고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2024년 가 결산 수치를 확보하고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1월 3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또 “증권신고서에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만 기재하고 대주주 인수계약서 상 EOD(기한이익상실) 발생 위험 등도 기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계리 가정을 두고 금감원과 롯데손보 사이에 쌓였던 갈등이 이번에 불거진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금융 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원칙·예외 모형을 만들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당국은 사실상 원칙 모형 적용을 주문했다. 롯데손보는 국내 보험사 중 유일하게 예외 모형을 사용했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롯데손보로서는 주주와의 약속 등 때문에 이번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당국으로서는 콜옵션 행사 이후 건전성이 떨어지는 게 보이기 때문에 콜옵션 행사를 허락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연구위원은 “롯데손보가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고 건전성이나 수익성을 높인 다음에 상환에 나서는 게 좋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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