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카드업계의 뜨거운 화두였던 ‘애플페이 도입 확산’ 이슈가 차갑게 식었다. 올 초만 해도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한 노이즈 마케팅까지 벌어지면서 조기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극에 달했다. 이르면 1분기에 도입될 것이란 애플페이는 5월인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카드업계가 애플페이 도입을 고려했던 주요 요소는 ‘1020 고객 유입’ 효과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20 세대의 절반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대카드는 2023년 3월 애플페이 도입 이후 한 달간 신규가입 개인회원 중 20대 비중이 51%를 차지하며 효과를 봤다. 젊은 층 고객은 장기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돈이다. 애플페이는 수익성 측면에서 낙제에 가깝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단말기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2022~2023년 애플페이 단말기 4만여개를 설치한 비용은 총 86억원에 달했다. 이는 가맹점과 절반씩 부담했다. 지난 2020년 기준 신용카드 단말기는 360만여개가 설치돼 있다. 이를 고려해 애플페이 단말기를 추가 보급한다면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주목할 점은 애플의 태도다. 카드업계와 가맹점이 자금과 시간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하면 애플은 수수료만 받아 챙기고 있다. 특히 애플은 통신사에 광고비 전가와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로부터 인앱결제 수수료를 과다청구해 ‘갑질 논란’ 전례도 있다. 카드사로서는 더 난감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애플페이 도입을 확대하면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와 같은 요율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한 것이다.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유입 효과를 기대했던 카드사는 도입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카드가 이미 애플페이 도입 선점 효과를 누린 만큼 후발 주자 카드사로선 유의미한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고객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절감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업황을 고려하면 애플페이 도입에 그 어느 때보다 고심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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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