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렌터카 1위 기업인 롯데렌탈이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재무 안정성을 둘러싼 위기설이 시장에 퍼지자 비핵심 계열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어피너티가 올해 8월 국내 2위 렌터카 기업인 SK렌터카를 사들인 데 이어 1위인 롯데렌탈까지 인수함에 따라 국내 렌터카시장도 지각변동을 맞게 됐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6일 이사회를 열어 호텔롯데(37.80%), 부산롯데호텔(22.83%) 등을 통해 보유한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약 60.67%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너티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사회 후 롯데와 어피너티 주요 관계자는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로 했다.
양측은 막바지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 지분 가격은 1조원대 중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체 지분 기준으로는 2조5000억원에 달해 이날 시가총액 1조2163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롯데그룹이 롯데렌탈 매각에 나선 것은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동반 부진으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며 유동성 위기설이 퍼졌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로 시장의 우려를 조기에 진화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롯데렌탈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최근 적자 전환한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호텔롯데가 추진하는 기업공개(IPO)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어피너티가 롯데렌탈을 인수하면 국내 1, 2위 렌터카 업체를 모두 품게 된다. 국내 렌터카시장 내 롯데렌탈의 점유율은 21%, SK렌터카 점유율은 15% 수준으로 합산 기준 36%를 차지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업계에선 높은 점유율을 통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신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