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알렉 감보아가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롯데 자이언츠의 선발진 강화의 막중한 임무를 받은 알렉 감보아(29). 포장을 뜯어보니 희망과 과제가 동시에 드러났다.
감보아는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롯데의 선발투수로 등판, 4⅔이닝 5피안타 3사사구 9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개막전 선발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방출되면서 그를 대신해 들어온 감보아는 미국 무대에서 한때 99마일(약 159.3㎞)까지 찍을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줬다. 17일 입국 후 시차적응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도 불펜 피칭에서 시속 153㎞까지 나왔다.
경기 전 김태형 롯데 감독은 "1선발을 바꿨다. 그 역할을 기대한다"며 이닝 소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첫 등판에서 "마운드에서 모습이아 운영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나온다"고 말한 김 감독은 "(투구 수) 90개는 안 넘어갈 거다. 80~85구 선이다"고 예고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경기 전 "구위가 좋다고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젊은 선수들로 뛰는 야구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감보아는 다소 큰 투구폼을 가지고 있는데, 주자가 있을 때도 슬라이드 스텝이 빠른 편은 아니다. 그를 흔들 방책으로 '발야구'를 예고한 것이다.
롯데 알렉 감보아가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출발은 좋았다. 감보아는 1회말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초구 151㎞ 바깥쪽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결정구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이후 이재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까다로운 타자 김성윤과 르윈 디아즈를 각각 삼진과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하지만 2회 들어 감보아의 약점이 드러났다. 유독 우타자에게 제구가 흔들리면서 강민호에게 안타를 맞은 후 2사에서 박승규(안타)와 이성규(몸에 맞는 볼)를 연달라 출루시켰다. 여기서 김지찬의 느린 타구를 잡은 감보아가 1루로 송구했지만 뒤로 빠졌고, 내야진이 주춤하는 사이 2루 주자 박승규까지 들어오며 감보아는 2실점을 기록했다.
흔들린 감보아는 이재현에게도 볼넷을 허용해 다시 만루가 됐다. 김성윤 타석에서 감보아는 자기 루틴을 이어가며 글러브를 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 사이 3루 주자 이성규가 홈으로 파고들었다. 이를 알아채지 못한 감보아는 잡을 생각조차 못했고, 뒤늦게 2루 주자 김지찬을 잡으려 했으나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KBO 역대 9번째 삼중도루(트리플 스틸)를 허용했다.
삼성 이성규(아래쪽)가 27일 대구 롯데전에서 2회 홈스틸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허무하게 점수를 내준 감보아는 폭투까지 저지르면서 한 점을 더 내줬다. 스코어가 0-4로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김성윤을 삼진 처리하면서 점수를 더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감보아는 이후 안정을 찾았다. 3회에는 2사 후 강민호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류지혁을 내야플라이로 잡으며 3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4회에는 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이후 감보아는 5회 들어 선두타자 이재현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김성윤의 유격수 실책 이후 디아즈를 몸에 맞는 볼로 내주며 1, 2루 위기에 몰렸다. 김영웅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투구 수가 90개에 육박하자(89개) 롯데 벤치는 감보아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뒤이어 올라온 김강현이 강민호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롯데 알렉 감보아(맨 왼쪽)가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5회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이날 감보아는 8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를 60개를 던졌다. 하지만 우타자에게 유독 제구가 흔들리면서 7타수 4안타로 부진했다. 그래도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5㎞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역시 최고 145㎞를 마크했다.
그렇다면 상대해본 타자들은 감보아를 어떻게 봤을까. 삼진과 내야안타, 2루 땅볼을 기록한 김지찬은 "좋은 투수인 것 같다. 처음 쳐봤지만 앞으로도 칠 투수라고 생각해서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직구 구위가 좋다고 느껴졌고, 변화구도 괜찮았다"고 얘기했다.
반면 이미 퓨처스리그에서 감보아에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박승규는 "한 번 더 봤으니까 궤적이 눈에 익었다. 도움이 됐다"면서 "전력분석 미팅 때 다 말씀드렸고, 공유해서 오늘 시합 때 잘 친 것 같다"고 했다.
롯데 감보아가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투구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