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태경이 3일 사직 키움전에서 8회말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
무명의 신인 선수가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오히려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태경(23)이 기다리던 1군 첫 타석을 경험했다.
3일 롯데와 키움 히어로즈의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야구장. 이날 경기는 롯데가 1회말 빅터 레이예스의 투런 홈런 등을 묶어 4득점,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았다. 이어 7회 2점을 추가하며 달아났다.
롯데는 8회에도 쉬지 않고 레이예스의 밀어내기 볼넷과 전준우의 적시타로 8-0까지 달아났다. 이어진 1사 만루, 5번 윤동희 타석에서 롯데는 대타 이태경을 투입했다. 키움 좌완 김성민을 상대한 이태경은 초구부터 강하게 배트를 돌려 파울을 만들었고, 이어 볼 3개를 연달아 골라내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가 됐다.
이때부터 이태경의 끈질긴 타격이 시작됐다. 5구째 높은 패스트볼에 방망이는 낸 그는 6구 낮은 투심 패스트볼, 7구 몸쪽 커브, 8구 바깥쪽 투심 패스트볼까지 4구 연속 파울을 만들었다. 승부가 길어지자 팬들의 박수소리도 함께 커졌다.
이윽고 이태경은 9구째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헛돌리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사직야구장을 가득 채운 2만 2669명의 관중은 이태경을 향해 더 큰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신인 선수를 응원했다.
이렇듯 팬들이 열광한 건 이태경이 신인임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계속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경기의 해설을 맡은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지금 스윙을 보면, 김태형 감독이 이태경을 선택한 게 이런 모습이다. 자신 있게 돌리는 것이다"라며 "상대와 싸울 준비가 된 선수들은 보기 좋다"고 칭찬했다.
롯데 이태경이 3일 사직 키움전에서 8회말 타격을 하고 있다. |
야구팬들에게 이태경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 그는 광주일고와 한일장신대 출신으로, 2021년 신인왕 이의리(KIA 타이거즈), SSG 랜더스 포수 조형우와 고교 동창이다. 하지만 두 차례 드래프트에 낙방했고, 지난해 10월 롯데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으며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
퓨처스리그에서의 성적은 매우 좋다. 이태경은 2군 32경기에서 타율 0.347(118타수 41안타), 1홈런 21타점 19득점, 3도루, 13삼진 11볼넷, 출루율 0.408 장타율 0.500, OPS 0.908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에 지난달 1일 정식선수로 전환됐고, 111번이던 등번호도 69번이 됐다.
이후 이태경은 지난달 31일에는 마침내 1군 콜업까지 됐다. 1군 엔트리 등록 후 김태형 롯데 감독은 이태경에 대해 "2군에서 꾸준하게 좋은 보고가 들어왔던 선수다. 한번 지켜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태경은 "제가 여기까지 올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 되돌아보면 그래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사실 실력이 별로였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기회가 온 것 같기도 하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최대한 오래 1군에 있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비록 1군 첫 타석의 결과는 삼진이었지만, 그 과정은 이태경에게 왜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롯데 이태경이 3일 사직 키움전에서 8회말 타석에 들어섰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