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무리로 역사 한 획 그은 김원중 “승리에 취해있을 시간 없다”[볼매운동:볼수록 매력있는 운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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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운동:볼수록 매력있는 운동이야기]은 찰나를 봐도 매력있지만 자세히 보면 더 매력있는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6시즌 연속 롯데의 뒷문을 막고 있는 김원중. 롯데 제공

6시즌 연속 롯데의 뒷문을 막고 있는 김원중. 롯데 제공
김원중(32)은 올 시즌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 중 유일한 30대다.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마무리 보직 근속 연수도 6년으로 가장 길다. 올해가 마무리 첫해인 김서현(21·한화)이 12일 올스타전 때 김원중을 찾아와 등판 간격이 길 때 기복을 줄이는 법을 물어본 까닭이다. 김원중은 “‘내가 3, 4일 안 던지면 안 돼’하는 내면의 불안함이 없는지부터 확인했으면 좋겠다. 평생 밥 먹고 공만 던졌는데 며칠 쉰다고 그게 안 되겠냐?”라며 “결국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최근 만난 김원중은 ‘리그 최고참 마무리가 된 게 실감이 좀 났느냐’는 질문에 “야구에는 나이가 없다”며 “동생들이 물어보길래 이 자리(마무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충에 대한 부분을 얘기했다. 내가 가르쳐 줄 입장도 아니고 후배들이라고 배울 입장도 아니다. 마무리 투수라는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프로야구 롯데 투수 김원중. 롯데 제공

프로야구 롯데 투수 김원중. 롯데 제공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롯데와 재계약한 김원중은 올해 36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1.64로 24세이브(3승1패)를 거뒀다.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보직이다 보니 김원중이 날면 팀 성적도 고공행진을 한다. 롯데는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전반기를 3위(47승39패3무)로 마쳤다. 봄에만 잘해 얻은 ‘봄데’라는 별명도 지웠다.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보낸 롯데는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김원중은 “승리에 취해있을 시간이 없다. 전반기는 이미 지났다. 후반기에는 모든 팀이 동등한 입장에서 다시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렇게 계속 준비한다면 나중에 더 높은 곳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생각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안방 경기에서 통산 150세이브를 달성한 뒤 동료들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은 김원중. 롯데 제공

지난달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안방 경기에서 통산 150세이브를 달성한 뒤 동료들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은 김원중. 롯데 제공
김원중은 2020시즌부터 롯데의 마무리로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리고 있다. 롯데 최초를 넘어 프로야구 전체로 봐도 구대성(전 한화), 손승락(전 넥센·롯데), 정우람(전 SK·한화), 진필중(전 OB·두산·KIA·LG)에 이어 다섯 번째다. 원클럽맨으로는 최초 기록이다.

김원중은 “대단한 선배님들과 이름을 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또 그만큼 살아남기 힘든 자리라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안주하지 않고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고 했다.

신인 시절부터 야구선수로서의 꿈이 마무리 투수라고 밝혔던 김원중은 “꿈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막연한 꿈이었다. 너무 멋있지만 또 도달하기 어려운 자리라고 느꼈다”며 “긴박한 상황에 올라가서 임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야구 선수로서 꿈의 자리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갖고 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자축하고 있는 김원중. 롯데 제공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자축하고 있는 김원중. 롯데 제공
김원중은 지난달 18일 안방 한화전에서 롯데 투수 최초로 통산 150세이브도 달성했다. 전반기에만 24세이브를 달성한 김원중은 올 시즌 박영현(22·KT·26세이브), 정해영(24·KIA·23세이브)과 세이브왕을 다투고 있다.

올해는 개인 통산 최다세이브 경신도 유력하다. 김원중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는 2021시즌 남긴 35세이브다. 다만 당시에는 삼성 오승환(42)이 44세이브로 최고령 구원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롯데 구단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인 37세이브(2017년 손승락)도 2개 차로 아쉽게 놓쳤다.

하지만 김원중은 늘 머리를 비우고 마운드에 오른다.

“개인적으로는 몸 관리를 잘해 감독님이 나가라고 했을 때 얼마나 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세이브 몇 개를 기록 중인지도 모르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100세이브 때도 포수 (정)보근(26)이가 ‘전광판 좀 봐요’ 하길래 보니 기록이 뜨더라. 정말 이게 다다. 상대를 잡아먹는다는 마음 하나로 올라간다. 기록을 생각할 정신도 없고 그런 정신이면 (승부에서) 진다.”

김원중은 마무리 투수를 ‘나가서 무조건 막는 투수’라고 표현한다. 롯데 제공

김원중은 마무리 투수를 ‘나가서 무조건 막는 투수’라고 표현한다. 롯데 제공
지난해부터 롯데 사령탑에 앉은 김태형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도망가는 피칭을 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지 못한다. ‘차라리 홈런을 맞으라’는 게 김 감독 지론이다. 그런 김 감독에게서 2년 연속 마무리로 신뢰받고 있는 김원중은 “‘어차피 내 공 못 치는데 왜?’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선수들이 자기만의 것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감독님도 당연히 잘 봐주시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늘 ‘한결같이’를 강조하는 김원중이 후반기에 기다리는 유일한 변화는 구승민(35)의 복귀다.
두 선수는 2020~2024시즌 롯데 최초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 듀오’라 불렸다. 하지만 올 시즌 구승민이 부침을 겪어 2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원중은 “그간 승민이 형과 ‘이건 잘했네, 저건 어땠네’ 하며 서로 의지를 하기도 의지가 되기도 하며 견뎌냈다”며 구승민에게 전하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지금 형이 놀 때가 아녜요. 빨리 와서 힘을 보태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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