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윌커슨.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롯데 자이언츠가 '196⅔이닝'의 공백을 감수하고 새 외국인 선수를 뽑을까.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35)의 계약 여부에 내년 롯데 투수 운영의 계획이 달라질 전망이다.
윌커슨은 올해 32경기에 등판, 12승 8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 중이다. 탈삼진 167개와 볼넷 27개, 피안타 210개를 기록하면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21, 피안타율 0.270을 마크했다.
특히 196⅔이닝을 소화하면서 리그 이닝 1위에 오른 점이 눈에 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역시 18차례로 절반이 넘었다. 윌커슨은 지난 2015년 조쉬 린드블럼(210이닝)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롯데 투수가 됐다.
이는 윌커슨의 과감한 승부에 있었다. 그는 올해 9이닝당 1.24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데 그쳤다. "볼넷을 주느니 비거리 8000m의 피홈런이 낫다"는 본인의 투구 철학이 반영된 결과였다. 볼넷에 의해 투구 수가 늘어나는 일이 적다 보니 자연히 이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윌커슨은 올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그는 개막전(3월 23일 인천 SSG전)에서 5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으며 4실점을 기록해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면서 4월까지 평균자책점 5.12로 흔들리고 말았다.
이후 다시 안정을 찾은 윌커슨은 5월 2.43, 6월 2.45의 평균자책점으로 조금씩 회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피안타율 0.278, 평균자책점 4.34로 다시 흔들리며 썩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애런 윌커슨.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한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윌커슨은 지난해 포수가 미트를 대는 대로 착착 꽂았다. 그런데 올해는 다소 볼이 높게 들어와서 통타당하더라"고 전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 구속이 140km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커터의 위력이 살아나지 못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 역시 "직구가 힘 있게 들어와줘야 다른 변화구도 훨씬 효과적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윌커슨은 지난해 후반기 시작과 함께 댄 스트레일리(36)의 대체선수로 롯데에 입단했다. 13경기에 등판한 그는 7승 2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다. 8월 7일 사직 SSG전에서는 역대 3번째 팀 노히터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에 롯데는 시즌 종료 후 재빨리 윌커슨과 재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윌커슨의 재계약이 롯데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롯데는 윌커슨을 보류선수명단에 넣으면서 재결합에 대한 여지는 남겨놓은 상태다. 다만 올해 좋은 구위를 선보인 찰리 반즈(29)와 달리 윌커슨은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200이닝 이상을 던져준 선수를 놓친다면 그만큼 비게 되는 이닝을 채워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롯데에 닥치게 된다. 여기에 반즈의 메이저리그(MLB) 진출 여부도 관건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어려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애런 윌커슨.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