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을 앞둔 A씨는 지난해 10월 지도교수에게서 졸업유예를 권유받았다. 학교가 정한 요건은 모두 채웠지만 당장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성적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사실상 강제 졸업 탈락 조치로 A씨는 3년간 준비한 올해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응시자 줄여 만든 ‘통계 착시’
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 사례처럼 학생의 졸업을 고의로 막는 이른바 ‘졸탈’(졸업 탈락)이 전국 로스쿨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각 학교는 매년 1월 치러지는 변호사시험을 3개월 앞두고 10월 자체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탈락 예상자를 선별한다. 이들을 졸업에서 강제로 빼는 방식이다. 시험을 치르는 전체 응시자(분모)를 인위적으로 줄여 합격률을 끌어올린다. 이후 높아진 합격률을 성과로 대대적으로 포장해 외부에 홍보한다.
우수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건 비수도권 로스쿨은 이 같은 편법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로스쿨 평가와 예비 진학생의 지원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기 때문이다. 합격률은 교육부가 시행하는 로스쿨 5년 주기 재인가 심사의 핵심 지표이기도 하다. 평균 합격률이 30%대에 머무는 일부 비수도권 로스쿨은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학교 이름 앞 글자를 딴 비하성 은어로 불리며 기피 학교로 전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최상위권 로스쿨을 제외한 서울 상위권 로스쿨에서도 합격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편법을 경쟁적으로 동원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따라 우수 인재 쏠림과 로스쿨 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합격률 상향에 성공한 영남대 로스쿨이 대표적인 사례다. 출범 초기 합격률이 낮아 하위권 로스쿨로 꼽히던 영남대는 강도 높은 학사 관리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10~14회 변호사시험 평균 합격률을 54.18%까지 끌어올렸다. 수도권 주요 로스쿨 평균인 50%대 합격률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며 꾸준히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중 관리에 실패한 일부 지방 로스쿨은 끝없는 하락세를 겪고 있다. 과거 하위권 로스쿨을 묶어 부르던 은어는 최근 30%대 합격률을 극복하지 못한 학교를 새롭게 묶어 부르는 신조어로 바뀌었다. 합격률에 따라 학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선 학교의 졸업 탈락 관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학생 권리 침해” vs “고육지책”
졸업 탈락 관행을 둘러싼 학내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4년 전 수도권 한 로스쿨 학생은 정상적으로 교육 과정을 마쳤는데도 학교가 일방적으로 졸업 권리를 빼앗았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학교 측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학교 측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법조인으로서 자격이 부족한 학생을 무작정 사회로 내보낼 수는 없다”며 “의과대학에 유급 제도가 있듯이 합격할 만한 학생에게 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학력 수준을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선발 인원에 묶인 변호사시험 제도가 로스쿨의 고시 학원화를 부추긴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이탁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은 “과도하게 제한된 합격자 수 때문에 로스쿨 교육이 합격률 지표에 종속돼 있다”며 “의사 국가고시처럼 일정 점수를 넘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 자격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희원/김유진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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