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감동을 유형의 기억으로"
MD인기에 로비가 굿즈샵 변신
인기 작품 수억 매출 올리기도
"공연 입장 줄인가요?" "굿즈 줄인데요."
대학로 소극장에 들어서면 늘 두 개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공연장 입장 줄과 굿즈샵 줄이다. 종종 굿즈샵 줄이 더 길 때도 있다. 인기 상품은 공연 시작 전에 동이 나고, 인터미션에도 줄은 이어진다. 블루스퀘어 같은 대형 공연장도 다르지 않다. 공연이라는 무형의 경험을 유형의 기억으로 남기려는 관객이 늘면서 무대 밖에서도 관객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
2017년 뮤지컬 '드라큘라'가 50일 만에 굿즈만으로 4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은 업계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사례다. 프로그램북과 OST CD 정도가 전부이던 공연 MD(머천다이즈)는 에코백, 머그컵, 디퓨저, 키링, 룸스프레이까지 일상 소비재로 확장됐다. 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는 빗물 모티브 우산, 생존 키트 케이스, 호랑이 '파커' 봉제 인형 등 작품 세계관에 맞춘 굿즈를 내놨고, 파커 인형은 몇 차례 재입고할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대형 뮤지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은 대학로 소극장도 대부분 로비에 굿즈 부스를 운영한다. 항공 관제사 이야기를 다룬 '라저'는 캐리어 네임택을, '비스티'는 작품의 감정을 담았다는 공간 향수를 MD로 내놨다.
뮤지컬 '알라딘'은 지난해 개막 전 더현대 서울에 100평 규모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오는 8월 한국 초연을 앞둔 '겨울왕국'도 해외 오리지널과 한국 오리지널 디자인 MD를 함께 구성할 예정이다.
문화기관의 굿즈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뮷즈(MU:DS)'는 지난해 연매출 41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 흐름에 공공 공연장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3월 로비를 체류형 공간 '세종라운지'로 바꾸고 공연장의 정체성을 담은 굿즈 라인업을 내놨다. 월별 판매금액이 매달 두 배 가까이 늘고 있고, 룸스프레이·엽서·스티커 품목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시민이 머무르고 공연의 경험을 일상으로 이어가는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대형 뮤지컬부터 소극장, 공공 공연장까지 공연을 기억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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