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윙, 철컥!” “아이언맨이 지켜주는 것 같아 든든해요”
11일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로보캅’을 연상시키는 경찰들이 나타났다. 하늘에선 드론이 열화상 카메라로 수풀을 스캔해 인공지능(AI) 탐지 기능으로 거동수상자를 추적하고, 지상에선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경찰관들이 수십㎏의 가방을 메고도 지친 기색 없이 계단을 오른다. 공상과학 영화 촬영 현장이 아닌, 경찰의 ‘K-스마트 순찰’ 첫 시범운영 현장에서 펼쳐진 광경이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드론과 웨어러블 로봇, 전기자전거 등을 활용한 K-스마트 순찰을 공개 시연했다. 앞서 경찰은 특별범죄 예방활동 강화의 일환으로 이달 9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인파가 밀집한 여의도 권역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주말과 공휴일 정오부터 오후 10시 사이 K-스마트 순찰을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 순찰은 △지상(웨어러블 로봇·전기자전거) △공중(드론) △수상(순찰정)을 연계한 3단 입체 순찰로, 여름철에 인파가 몰리는 여의도 일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해 2분기 여의도 한강공원 방문객은 547만 명으로 전 분기 대비 203.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여의도 일대 112신고 건수도 52% 늘었다.
첫 시연은 드론이 맡았다. 드론은 강변 상공 30m를 날며 수풀을 스캔했고, 이동식 관제차의 모니터에는 AI 객체 인식으로 포착된 사람과 동물이 실시간으로 분류됐다. 드론은 절도나 폭력 등 이상행동 징후가 있는 거동수상자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추적한다.
약 3분 동안의 짧은 시연 동안 드론은 경찰이 가상으로 설정한 타인의 돗자리에서 태블릿PC를 훔치는 장면, 강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의 위치 등을 정확히 포착했다. 김기덕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2대장은 “지상 순찰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지역이 많다”며 “공중에도 ‘눈’이 생기니 범죄에 한층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 곳곳에서는 기동순찰대 소속 경찰 8명이 웨어러블 로봇 ‘윔(WIM)’을 착용하고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허리와 두 다리를 감싸는 하체근력 보조장치인 윔은 보행 중 에너지를 최대 40%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기자가 윔을 착용하고 걷자 발을 조금만 들어도 로봇이 하체를 자동으로 움직여줬다. 12㎏에 달하는 배낭을 메고 가파른 경사나 계단을 올라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착용에는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고, 무게도 1.6㎏에 불과해 가벼웠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보폭이나 걸음 속도도 조절할 수 있었다.
이날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첨단 장비를 착용한 경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모님과 나들이를 온 한 아이는 윔을 착용한 경찰을 향해 “아이언맨 같아 멋지다”며 먼저 다가가기도 했다. 박장호 경장은 “다양한 장비를 통해 시민들이 경찰에 관심을 가지고, 경찰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차량이나 도보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순찰에는 전기자전거가 활용된다. 이번 시범운영에는 실시간 위치 추적 기능과 전후방 경광등이 탑재된 전기자전거 8대가 투입된다. 이은숙 경감은 “한강공원 등 여의도 일대에서 자전거 통행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기존에는 자전거 도로에 쉽고 빠르게 진입하기 어려웠지만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니 순찰 난이도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장비들의 도입에 일선 경찰들의 표정도 밝았다. 기동순찰2대 소속 유지수 경감은 “장시간 순찰, 특히 휴일 순찰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첨단 장비 덕분에 피로도도 줄고 대응도 빨라지니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강 위에는 순찰정들이 투입돼 강변 안전사고와 투신 사고 등에 집중 대응한다. 한강경찰대는 중형 순찰정 8대, 소형 순찰정 2대, 수상 오토바이 2대 등 총 12대 순찰정을 이용해 하루 4차례 순찰에 나선다. 김용혁 한강경찰대장은 “여름은 수상스키 수요가 늘어나 수상사고가 늘어난다”며 “야간에도 경적을 울리거나 불빛을 비춰 선착장이나 강변 등 지상에선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샅샅이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K-스마트 순찰은 첨단기술을 접목한 과학치안을 구현하는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첨단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치안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시민 체감안전도를 높이고 미래 치안 환경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