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강남 단지'도 무혈입성…기관추천 특공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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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청약시장의 특별공급 물량 중 유일하게 소득, 자산 등의 기준 없는 기관추천 유형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수도권의 한 모델하우스 모습./한경DB

아파트 청약시장의 특별공급 물량 중 유일하게 소득, 자산 등의 기준 없는 기관추천 유형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수도권의 한 모델하우스 모습./한경DB

‘우수선수, 북한이탈주민, 중소기업 근로자….’

지난 1월 세종에 3년 만에 신규 공급된 ‘양우내안애 아스펜’은 총 698가구 중 10%인 69가구가 기관추천 특별공급(특공) 유형이었다. 일반공급 청약 경쟁률은 평균 12대 1에 이르렀지만 기관추천 특공 경쟁률은 0.42대 1에 불과했다.

아파트 청약시장의 특별공급 물량 중 유일하게 소득, 자산 등의 기준 없는 기관추천 유형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생애 최초, 신혼부부 등 다른 특별공급은 신청 자격과 선정 기준을 까다롭게 검증하는 데 반해 기관추천 대상자는 기관마다 우선순위를 알아서 정한다. ‘무주택가구 구성원’이 자격요건의 전부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하는 서울 강남권 등 인기 단지가 공급될 때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귀국공무원, 탄광·공장근로자, 체육유공자 등 현실과 동떨어진 특별공급 대상도 다수 포함돼 있어 대대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로또 단지’도 무경쟁 당첨

기관추천 특공 경쟁률이 0.42대 1에 불과했던 세종 '양우내안애 아스펜’ 조감도. /한경DB

기관추천 특공 경쟁률이 0.42대 1에 불과했던 세종 '양우내안애 아스펜’ 조감도. /한경DB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이름 그대로 특정 기관장의 추천을 받아서 청약할 수 있는 제도다. 민간·공공물량 모두 전체 공급량의 10% 범위에서 배정하게 돼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기관추천 특별공급 물량은 4만2000여가구에 이른다.

다른 특별공급에서 추첨 경쟁을 벌이는 것과 달리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기관이 대상자를 확정한다. 사업 시행 주체와 지자체가 협의해 특별공급 물량은 공급물량을 결정해 추천기관에 통보하면 해당 기관에서 신청자를 받아 우선순위를 정한다. 대상자 선정 과정은 오롯이 개별 추천기관이 가진다. 최근 5년간 생애 최초 특별공급은 평균 청약경쟁률 12.6대 1,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5.3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낸 데 비해 기관추천은 0.5대 1에 그쳤다. 추천 대상자가 청약홈에 특별공급 당일 신청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해 오히려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이다.

서울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특별공급고 관련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첫 ‘로또 청약’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는 지난 2월 214가구에 대한 특별공급에 총 1만8129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84.7대 1을 기록했다. 생애 최초 모집에 8083명이 접수해 가장 많이 몰렸다. 신혼부부 모집 6611명, 다자녀가구 3106명 등이 뒤를 따랐다. 59㎡A 타입 생애 최초 경쟁률이 무려 546.6대 1에 달했다. 이에 반해 기관추천 물량(42가구)은 신청자가 117명에 불과했다.

작년 10월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특별공급에는 무려 4만명이 몰리며 평균 14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생애 최초 배정 물량은 50가구로 기관추천 물량(57가구)보다 적었다. 특별공급 당일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는 1만9312명이, 기관추천에는 203명이 각각 접수했다.

탄광 근로자, 스포츠 스타 웬 말?

기관추천 특별공급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제도의 투명성 측면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별로 가점을 부여하고 있는데 대부분 제출 서류만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위조 서류를 걸러낼 수 없다. 중소기업 근로자 전형의 경우 당첨 직후 회사를 관둬도 제재할 방안이 없다. 한 추천기관 관계자는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워낙 큰 혜택을 주는 제도다 보니 신청자가 선정 기준 등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사회 분위기와 상반된 유형도 적지 않다. 기관추천 대상자는 30여개 유형에 이른다. 1년 이상 해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귀국공무원,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딴 후 귀국한 과학 기술전문가, 탄광 근로자, 국제대회에서 3위 이상한 스포츠 선수 등 사회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관추천 특별공급 물량을 어떤 유형에 배정할 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 사업 주체인 시행사나 건설사, 협의체인 지자체가 마음대로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 주체가 마음만 먹으면 특정 집단에 특혜를 줄 수 있는 구조다.

기관추천 문제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청약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선 기관 추천 공급제도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일몰제(일정 기간 후 효력 중단)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추천자 선정 기준과 배점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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