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계양산 방제 현장’ 가보니
끈끈이에 붙은 사체만 수만 마리… 살수장비-송풍기-포충망 등 총동원
인천 민원, 2년새 13배 넘게 급증… 7년전 첫 확인뒤 수도권으로 확산
“이달 중순 개체 대부분 소멸 전망”
4일 인천 계양산 정상 전망대. 이른바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날아다녔다. 바닥에 사체가 쌓여 악취가 코를 찔렀다. 나무 난간과 망원경에도 러브버그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최근 계양산 일대에서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하며 악취 등으로 주민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이날 환경부와 소속 기관 직원 37명을 비롯해 계양구 방제인력과 직원 10명은 6시간 동안 난간에 붙은 러브버그를 떼어내 자루에 담거나 포충망을 휘저으며 러브버그를 잡았다.
● 끈끈이에만 수만 마리… 광원 포집기 동원
환경부는 이날 계양구와 함께 송풍기, 포충망, 살수 장비 등을 활용한 방제작업을 진행했다. 러브버그 사체는 물을 뿌리고 진공 흡입기를 활용해 청소했지만 금세 다시 쌓였다. 난간에 부착한 방제용 ‘끈끈이’에는 이미 수만 마리나 붙어 있었다. 서너 시간 정도 포획한 러브버그는 사람이 계속 들고 서 있기 버거울 정도로 무거웠다. 러브버그가 빛에 유인된다는 습성에 착안해 개발된 ‘광원 포집기’까지 동원됐다. 환경부는 2일 계양산에 ‘광원 포집기’ 4기를 설치한 데 이어 4일 3기를 추가 설치했다.
서울도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달까지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4695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민원(9296건)의 절반을 이미 넘겼다.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올해 곤충 대발생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기후변화 영향으로 생태계 불확실성이 심해지는 추세”라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7월 중순 대부분 개체 사라질 듯”
러브버그는 중국 남부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외래종이다. 2015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뒤 2022년을 기점으로 매년 6, 7월 수도권에서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전역으로 서식 반경을 넓혔고 올해 경기에서도 대거 출몰하고 있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유충은 토양 내 유기물 분해를, 성충은 화분 매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익충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개체 수가 너무 많아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러브버그 외에도 동양하루살이, 미국선녀벌레, 깔따구 등은 7월 이후에도 대량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대응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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