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인간·로봇 마라톤
뛰던 사람 멈춰 사진 찍기도
몇몇 로봇 갈지자 주행 결함
"中로봇산업 강력함 보여줘"
19일 오전 7시 30분(현지시간) 중국에서 열린 '제2회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및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출발선. 1만2000여 명의 참가자와 나란히 약 3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 신호와 함께 함성을 지르며 힘차게 뛰어나가는 참가자들 옆에 마련된 별도 트랙으로 로봇이 빠른 속도로 치고나갔다.
코스를 달리던 참가자들이 로봇을 구경하기 위해 잠시 멈춰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안전을 의식한 듯 장내 방송에서는 "코스에 서서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는 안내가 계속 나왔다. 관중들은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로봇을 향해 "자유(加油·파이팅)! 자유!"라며 응원했고 넘어진 로봇을 바라보는 표정에서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로봇 하프마라톤에는 105개팀이 참여했다. 지난해 참가팀이 20여 개였던 점과 비교하면 1년 새 5배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사람이 조종하는 원격 제어 부문과 그렇지 않은 자율주행 부문으로 나눠 경기가 진행됐다. 참가팀의 40%가량은 자율주행 부문으로 출전했다. 형평성을 위해 원격 제어 부문에는 주행 기록에 1.2배를 가중했다.
이날 우승은 중국 로봇 제조사인 아너의 '샨덴'을 훈련시킨 '치톈다성'팀이 차지했다. 치톈다셩팀은 자율주행 부문에 출전해 21㎞의 하프마라톤 코스를 50분26초에 완주했다. 100m를 평균 14초대에 주파한 셈이다.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한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의 '톈궁'(2시간40분42초)을 크게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세계 기록(57분20초)도 넘었다.
2위와 3위도 자율주행 부문으로 참가한 '레이팅산뎬'팀(50분56초)과 '싱훠랴오위안'팀(53분01초)이 각각 차지했다. 카메라·라이다 등을 탑재한 이들 로봇은 하프마라톤 코스 내내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모든 로봇이 원격 제어 부문으로 출전한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중국의 '로봇 굴기'가 눈에 띄게 진전됐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참가팀인 포펑산톈팀이 훈련시킨 로봇은 이날 48분19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원격 제어 부문에 참가한 탓에 '1.2배 페널티'를 적용받아 최종적으로 57분58초를 기록하게 됐다. 이날 일부 로봇은 코스에서 기계적 결함을 보이며 쓰러지거나 비틀거리며 갈지자로 뛰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 대해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로봇 산업의 강력한 모멘텀을 보여주는 행사"라며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이 늘고 있다는 점은 관련 산업이 고성능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지난해 대회와 달라진 모습을 짚으며 "중국의 로봇 산업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로봇 기술은 달리기 분야에서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인 유니트리는 최근 자사 제품이 100m 달리기에서 초속 10.1m로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곧 인간의 세계 기록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