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을 마시지 말고, 와인을 마셔요. 그것이 와인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파리의 심판’ 1위 와인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샤토 몬텔레나의 보 배럿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21일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열린 미디어 시음회에서 “명성에 취해 양을 늘리는 대신 매년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 것이 50년 동안 와이너리를 지켜온 비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톱 와이너리 중 하나인 샤토 몬텔레나를 이끄는 그는 파리의 심판 50주년을 맞아 최근 방한했다.
그는 “파리의 심판 때와 같은 방식으로 지금도 제조를 하고 있다”며 “다른 와인 보다 더 장기 숙성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수십년이 지나도 우아한 매력을 지닐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음회에서 소개는 파리의 심판 우승 와인이었던 샤토 몬텔레나 나파 샤르도네(2023년 빈티지)를 비롯해 소량 생산만 하는 리슬링, 진판델, 그리고 가장 상위 등급 와인인 ‘에스테이크 칼리트소 카베르네 소비뇽’ 등 총 6종의 와인이 소개됐다.
배럿 CEO는 1976년 파리의 심판 당시 아버지를 도와 셀러에서 짐을 나르던 청년이었다. 그는 “변호사인 아버지는 전문 양조자는 아니었지만 최고 전문가들을 모아 마치 야구팀 같은 리더십으로 와이너리를 일궜다”며 “현재는 딸을 비롯해 온 가족이 가업으로서 와인 양조와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대중적인 입맛을 좇지 않고 클래식한 와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미국 와인이 단것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입맛에 맞춰 당도를 높이고, 높은 알코올 도수의 쓴맛을 감추려고 인위적인 단맛을 낸다”며 “우리는 알코올 도수를 무조건 14도 전후로 맞추고 시류에 타협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와이너리의 핵심 가치는 ‘진실성’과 ‘신뢰’다. 샤토 몬텔레나는 2020년 캘리포니아 지역 산불로 포도가 피해를 보자 그해 레드 와인을 단 한 병도 만들지 않고 전량 폐기했다. 그는 “당장의 분기 실적 보고서에 쫓기지 않기에 할 수 있었던 결정”이라며 “소비자가 50달러짜리 와인을 샀을 때 감동받아야 같은 브랜드의 200달러짜리 와인도 믿고 살 수 있다”고 했다.
파리의 심판 이후 와인업계가 소비자의 질적 경험을 끌어올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배럿 CEO는 “수많은 신대륙에서 포도밭을 일구고, 최고급 유럽 와인에 도전할 수 있게 된 데는 당시 이벤트가 결정적이었다”며 “앞으로도 당장의 이익보다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우리만의 와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1문 1답.
▶올해는 파리의 심판 50주년이다. 역사를 만든 입장에서 소회는.
매우 흥미롭고 보람찬 순간이다. 동시에 한 가족이 캘리포니아에서 50년 동안 와이너리를 지켜왔다는 사실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파리의 심판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스스로 엄청나게 높은 기준을 세우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큰 사건으로 와이너리가 유명해지면 대개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인지도를 이용해 와인을 대량 생산하여 상업적으로 ‘매각(Sell out)’하든가, 아니면 완전히 다른 길을 가든가다.
우리는 ‘미국 프리미엄 와인의 명가’라는 독보적인 정체성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양을 늘리는 대신 매년 단 1%씩이라도 품질을 더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자는 결정이었다. 그것이 지난 50년간 전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1976년 파리의 심판 당시 아주 젊은 나이였다고 들었다.
와인을 처음 만들던 1976년 당시 내 나이는 19세였고, 결과가 발표됐을 때는 22세였다. 사람들은 나를 대단한 스타처럼 기억하지만, 사실 당시 지하 동굴 양조장에는 단 3명의 일꾼밖에 없었다. 나는 그중 막내 격인 ‘셀러 랫(Cellar rat, 양조장 쥐)’에 불과했다. 수석 와인메이커 밑에서 포도를 나르고 와인을 이동시키는 가장 기초적이고 고된 현장 실무를 담당하던 어시스턴트였다.
▶창업 초창기부터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나.
우리 가문은 원래 와인 양조 역사가 전혀 없었다. 아버지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던 변호사였다. 1936년 이후 방치되어 완전히 버려진 와이너리를 1972년에 인수하며 도전이 시작됐다. 아버지는 일종의 ‘철학자의 왕(Philosopher king)’ 같은 분이었다. 나파밸리의 테루아, 즉 땅과 빛의 잠재력을 믿고 캘리포니아에서 프랑스 보르도의 특급 샤토인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에 버금가는 위대한 레드 와인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를 위해 아버지는 최고의 팀을 구성했다. 와인 양조는 야구와 비슷하다. 뛰어난 리더십(감독)이 있어야 하고 그에 맞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훌륭한 와인메이커를 영입해 매니저로 삼았고, 현장 일꾼들을 정교하게 관리했다. 본인이 직접 와인을 만들 줄은 몰랐지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안목과 매니지먼트 능력이 성공의 열쇠였다.
▶샤토 몬텔레나가 샤르도네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이유가 있을까.
철저히 경제적 이유와 와인 비즈니스의 특성 때문이었다. 버려진 포도밭을 갈아엎고 카베르네 소비뇽 나무를 심은 게 1972년과 1974년이었다. 포도나무가 제대로 된 열매를 맺고 숙성을 거쳐 첫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출시하기까지는 최소 10년의 세월이 걸린다.
즉, 1980년까지는 레드 와인으로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였다. 당장 와이너리를 운영할 자금을 벌기 위해 숙성 기간이 1년으로 짧은 진판델과 2년이면 출시할 수 있는 샤르도네를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겨우 두 번째로 선보인 샤르도네 빈티지가 파리의 심판에서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샤르도네와 카베르네 소비뇽 모두에서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됐다.
▶1980년대 이후 나파밸리의 와인 스타일이 크게 변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어려움은 없었나,
1985년부터 2000년 사이에 캘리포니아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샤르도네가 발명됐다. 산도는 낮고 당도는 높으며 오크 향을 듬뿍 입힌, 이른바 '컨트리 클럽 샤르도네' 스타일이다. 이 대중적인 스타일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우리가 고집하던 전통적인 높은 산도의 순수한 화이트 와인은 2000년 무렵까지 시장에서 팔기가 극도로 어려웠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을 정도다.
하지만 1990년대를 지나며 나파밸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이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 등이 부상하면서 나파밸리 레드 와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우리 역시 10년 연속 훌륭한 빈티지를 내며 카베르네 소비뇽의 그랑 크루 급 입지를 다졌다. 이후 2008년 무렵 영화(와인 미라클)가 개봉하면서 우리의 샤르도네 스토리 역시 다시 불이 붙었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잘 만들어진 와인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회복됐다.
▶최근 나파밸리 와인들이 지나치게 달다는 지적이 많다. 샤토 몬텔레나만의 시그니처 밸런스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많은 미국 와인들이 단맛을 내는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이 대중적으로 설탕과 단맛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든 와인이든 단맛에 길들여진 탓이다. 상업적인 와인들은 알코올 도수가 15도를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특유의 쓴맛을 감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당도를 높이거나 오크 통의 나무 설탕 성분을 과하게 추출한다. 음식 없이 골프 친 후에 음료처럼 마시는 '컨트리 클럽 칵테일' 스타일이다.
반면 우리는 철저한 '클래식주의자(Classicists)'다. 알코올 도수를 14도 수준으로 맞추고 천연의 높은 산도를 확보한다. 그래야만 입안이 피로하지 않고 음식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유럽 전통 스타일의 '테이블 와인'이 완성된다. 다행히 미국의 젊은 파인 와인 소비자층도 이제는 단 와인을 버리고 우리와 같은 드라이하고 밸런스가 잡힌 스타일에 열광하고 있다. 현재 내 딸인 첼시(Chelsea)를 비롯한 젊은 양조가들도 모두 이처럼 밸런스 있고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트렌드로 돌아왔다.
▶젊은 세대는 가벼운 와인이나 무알코올 음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트렌드가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겠나.
결국 장기적으로는 그 소비자들이 우리에게 올 것이라 본다. 그들도 결국 40세가 될 것이고, 좋은 식사와 함께 훌륭한 와인을 즐기는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우리는 대량 생산을 하는 와이너리가 아니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시장을 항상 유혹할 필요가 없다. 특별한 순간을 위한 특별한 와인을 소량 만들 뿐이다. 와인 비즈니스는 야구와 같다. 관중들이 농구나 축구 대신 야구를 보러 오게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프랑스든 호주든 전 세계 와인 생산자들은 사람들이 다른 음료 대신 와인을 마시도록 협력하고 있다.
▶위스키나 캔에 담긴 RTD 주류 등이 와인 시장을 위협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 커리어 동안 미국 시장에서는 항상 무언가가 와인을 죽일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 15년 전에는 수제 맥주(Microbrewery)가 와인을 죽일 것이라고 했고, 그다음엔 고급 버번 위스키가, 최근에는 고급 티킬라와 캔에 담긴 RTD 음료가 와인 시장을 끝낼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결국 성숙해지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축하하거나 훌륭한 식사를 할 때는 최고급 와인을 찾게 된다. 주니어 변호사가 파트너로 승진했을 때, 그 특별한 기념 식탁에 캔 음료나 위스키를 올리지는 않는다.
▶와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마인드는 무엇인가.
‘시간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 유럽 와이너리들이 성공적인 이유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 장기적인 관점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최근 새로운 샤르도네 포도밭을 개발하는 데 700만 달러(약 90억 원)를 투자했다. 지금 심는 포도나무들은 내가 아닌 내 손주들을 위한 것이다. 와인 비즈니스는 이처럼 엄청나게 긴 시간 프레임을 이해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수적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파밸리 생산자로서 체감하는 위협과 대책은 무엇인가.
태평양의 거대한 냉각 효과를 받는 캘리포니아는 다행히 유럽이나 남유럽처럼 급격한 기후 변화의 타격을 아직 받지 않았다. 오히려 내륙의 온도가 올라가면 바다로부터 더 강력한 바람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생각보다 기온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새로 조성하는 포도밭은 태양이 정점에 떴을 때 잎사귀들이 천연 그늘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간의 각도(Row angle)를 정밀하게 조정했다. 또한 뜨거운 날에는 포도나무 머리 위 캐노피(Canopy, 잎사귀) 내부의 온도를 인위적으로 10도가량 낮춰주는 미세 살수 냉각 시스템을 도입해 미세 기후를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다른 와이너리들은 여전히 프랑스 와인의 스타일을 쫓고 있다고 보나.
과거 1990년대에는 그런 경향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전혀 아니다. 이제 나파밸리의 초점은 '우리 포도밭과 자산만이 가진 독특함이 무엇인가'에 맞춰져 있다. 프랑스를 쫓지도 않고, 서로를 쫓지도 않는다. 양조 위생과 미생물학, 관련 장비들이 과거보다 훨씬 발전했기 때문에 지금은 각자 산지의 매력을 극도로 깨끗하고 순수하게(Purity of flavors)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이 와인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축복받은 시기다.
▶한국 시장에 대한 인상과, 추천하는 한국 음식 페어링이 있다면.
LA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부터 한국인 친구들이 늘 주변에 있었기에 한국 문화는 내 삶의 일부다. 한국인들의 가치와 안목은 샤토 몬텔레나의 철학과 완벽히 부합한다. 첫 방한 때 모 기업에서 나를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데려가려 하기에, 나는 세계 최고의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해 거절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첫날 밤에 삼겹살과 목살 바베큐를 즐겼다. 한국 음식은 양념과 향신료가 강해 와인 매칭이 까다롭지만 비결이 있다. 삼계탕 같은 닭요리에는 산미가 좋은 우리의 샤르도네가 훌륭하게 어울린다. 양념 갈비나 양념 숏립(LA갈비) 같은 고기 요리에는 탄탄한 산미와 미네랄리티를 지닌 우리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매칭하면 고기의 풍미를 완벽하게 받쳐준다. 내 집 주방에는 프랑스 식자재보다 아시안 양념이 더 많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절대 타협하지 않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한 단어로 요약하면 '진실성(Integrity)'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캘리포니아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포도들이 산불 연기에 노출되는 피해(Smoke taint)를 입었다. 우리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품질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 2020년산 레드 와인 생산을 전면 폐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단기적인 실적 보고서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와 쌓은 수십 년의 신뢰를 지키는 것, 그것이 샤토 몬텔레나가 타협하지 않는 헤리티지다.
▶여전히 프랑스 와인이 최고라고 믿는 컬렉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전히 프랑스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만 최고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면, 갈색 종이봉투로 와인 라벨을 가린 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보길 권한다. 그리고 명심하길 바란다. 라벨을 마시지 말고, 잔에 담긴 와인 그 자체를 마셔라.(Don't drink the label, drink the wine)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1 week ago
8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는 게 맞지”…이런 사람, 주변에도 꽤 있습니다 [Book]](https://pimg.mk.co.kr/news/cms/202605/31/news-p.v1.20260529.b451a158dd4449fda182ad4cf8b463fc_R.png)







!['통한의 극장골 실점 패배' 주승진 김천 감독 "뒷심이 부족했다" [전주 현장]](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1714010261496_1.jpg)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5〉 [AC협회장 주간록105] 마이클 잭슨 자산과 스타트업 경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4/news-p.v1.20260504.773e529e3f474adea55b425cf6daf8c2_P3.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