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전체가 산불로 위태롭다”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 다발한 산불이 닷새째 계속 확산하며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점점 더 커지며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서부 해변 화재는 내륙 쪽으로 더 번지며 게티미술관을 위협하고 있다. 억만장자들의 집이 즐비한 인근 부촌인 벨에어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당국은 연방정부 등의 지원을 받아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형 화재의 진화율은 아직 10%대에 머물고 있다. 다소 수그러들었던 바람이 다시 기세를 올리면서 진화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와 LA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LA 카운티 내 4건의 산불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일 서부 해변의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 피해 면적이 87.4㎢로, 24시간 전보다 4.7㎢가량 더 커졌다.
한인들의 주요 거주지 인근인 동부 내륙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의 피해 지역도 57.1㎢로, 하루 전보다 1.7㎢가량 더 늘었다.
수천 명의 소방 인력이 투입돼 불길과 싸우고 있지만 화재 진압률은 팰리세이즈 산불이 11%, 이튼 산불이 15% 수준이다. 케네스 산불과 허스트 산불은 각각 80%, 76%의 진압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해변의 팰리세이즈 산불이 이날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번지면서 내륙의 주요 시설을 위협해 비상이 걸렸다.
특히 LA의 손꼽히는 명소인 게티미술관이 대피 대상 구역에 포함돼 상주 직원들이 신속히 대피했다. 인근에 있는 부촌 벨에어의 일부 주민들도 대피령을 받았다.
게티미술관 동쪽에 인접한 명문 공립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에는 아직 대피 경보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학교 측이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대피 준비를 하라고 공지했다.
UCLA의 동쪽에는 유명한 부촌 베벌리힐스가 있는데, 이곳의 주민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방관들은 게티미술관과 가까운 산자락의 맨더빌캐니언에서 불길이 산비탈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은 할리우드 스타이자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AP통신과 현지 언론은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미 기상청(NWS)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후 2시까지 LA 일대에서 바람이 다시 강해져 최대 풍속이 시속 75∼89㎞에 이를 것으로 경고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의 팰리세이즈 산불 책임자 토드 홉킨스는 이날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소방대원들과 항공기가 맨더빌캐니언 지역에서 밤샘 작업을 진행해 격리선을 만들고 구조물을 보호했다”며 “계속해서 완전 진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A 카운티 검시관실에 따르면 팰리세이즈 산불로 5명, 이튼 산불로 6명 등 이번 사태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수색견들을 동원해 피해 지역 수색을 정밀하게 진행함에 따라 확인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현재 실종자는 최소 13명으로 추정된다.
불탄 건물은 현재 이튼 산불 지역에서 7천여채,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서 5천300여채 등 총 1만2천300여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재난지역에 긴급 지원을 제공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번 산불 발생 이후 1만6천여건의 개인 지원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LA 카운티 내 주민 15만3천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며, 16만6천명에게는 언제든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대피 경고’가 발령됐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현재 LA 카운티 내 4만7천여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다. 화재 초기 피해 지역 일대에서 대규모로 파손됐던 전기 설비가 서서히 복구되면서 정전 피해 규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번 사태로 인명·재산피해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당국의 화재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유명인들의 집에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산불이 해안가 말리부 지역을 덮치면서 멜 깁슨의 저택은 전소했다. 화재 당시 팟캐스트 출연을 위해 텍사스 오스틴에 체류 중이던 깁슨은 방송에서 “그(뉴섬 주지사)가 산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내 생각엔 우리의 세금이 모두 개빈의 헤어젤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깁슨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LA다저스에서 오랜 시간 투수로 활약한 메이저리그 출신 박찬호의 집에도 화재 피해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