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따먹기냐…" 빨강·파랑 지도가 지역 갈등 부추긴다고? [이슈+]

10 hours ago 2

지난 3일 대선이 끝난 이후 검색어 플난 3일 대선이 끝난 이후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제공한 전국 개표 현황 지도.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지난 3일 대선이 끝난 이후 검색어 플난 3일 대선이 끝난 이후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제공한 전국 개표 현황 지도.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지역을 색깔로 구분 지어 표시하는 게 이해가 안 가요."

경북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승철(28) 씨는 대선 개표 방송에서 지역을 빨간색 또는 파란색으로 구분해 표시하는 '전국 개표 현황 지도'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특정 후보가 1표라도 더 많이 받으면 지역 전체를 빨간색 또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21대 대선 개표 결과 지도를 두고 유권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총선처럼 '땅따먹기'식도 아닌 대선에서 해당 지역 모든 유권자가 하나의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것처럼 색칠하는 게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지역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3일 광주 동구 대의동 한 호프집에서 시민들이 개표방송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3일 광주 동구 대의동 한 호프집에서 시민들이 개표방송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선 개표 방송 이후 득표율에 따라 지역을 색깔로 칠한 한국 지도가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이 게시글은 이날 기준 조회수 59만 회를 넘겼다. 재게시 횟수만 1만5000회, '좋아요'는 1만3200회를 넘겼다.

작성자 A씨는 "특정 후보가 우세한 지역이라고 해도 다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존재한다"며 "전체 지역을 하나의 색으로 칠해 'B 후보를 뽑은 동네'로 낙인찍는 것은 지역 혐오를 부추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차라리 색깔 대신 그래프 등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주장이 힘을 받은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거 직후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나뉜 지도 이미지가 확산하면서다. 해당 지도 이미지가 퍼지자 일부 유권자들은 "빨간 동네에서는 돈 안 써야겠다", "파란색 지역은 외국이다" 식 비하 발언이 나왔다.

A씨 글을 인용한 작성자 B씨는 "내 지역이 특정 색깔로 색칠된 것을 보니 마치 내가 투표한 표는 사라진 것 같아서 씁쓸했다"고 전했다. C씨는 "내 지역은 득표율이 5%밖에 차이가 안 났는데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다"라고 적었다.

지난 3일 대선 이후 한 네티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역을 색깔로 구별하는 대신 그래프 등을 넣는 방식을 사용하자고 주장하며 함께 첨부한 그림.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지난 3일 대선 이후 한 네티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역을 색깔로 구별하는 대신 그래프 등을 넣는 방식을 사용하자고 주장하며 함께 첨부한 그림.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경북에 거주하는 정윤주(26)씨는 "친구가 선거 방송을 보다가 '저긴 파래서 못 가겠다'고 말하는 것을 실제로 들어서 충격이었다"며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한 시각 자료라는 것은 알겠지만, 색깔 대신 득표율이 높은 후보의 얼굴을 넣는 방식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전북에 사는 20대 김민아씨도 "개표 방송에서 굳이 지역 간 편견을 자극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17개 시도 중 강원, 대구·경북(TK), 부산·울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당선됐다. 그러나 서울, 대전, 강원, 충남·충북, 울산 등은 한 자릿수 격차였다. 서울은 5.58%포인트, 대전은 7.92%포인트, 강원은 3.35%포인트, 충남은 4.42%포인트, 충북은 4.25%포인트, 울산은 5.03%포인트 차이로 지도상 지역 색깔이 결정됐다.

이 대통령은 대구·경북에서 각각 23.22%, 25.52%를 기록하며 역대 민주당 계열 후보 중 TK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앞선다고 빨강, 파란색으로 칠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A씨 등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누리꾼 D씨는 "그래프는 가시성이 조금 떨어진다. 지역을 색깔로 그대로 구분하되 득표율에 따라 농도를 다르게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누리꾼들 의견에 시사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을 색깔로 구분하지 말고 득표율을 그래프 등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시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장도 "시민 사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우위로 표시된 정당의 지지자가 아닐 경우에도 해당 정당 지지자로 간주할 수 있기에 그런 우려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