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납치된 후 … 엄마의 처절한 마약카르텔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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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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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암 로드리게스는 딸 카렌의 납치 후, 마약 카르텔 세타스에 복수를 다짐하고 아마추어 탐정으로 변신해 범인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2년 동안 5명 이상의 조직원을 감옥에 보내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결국 카르텔의 보복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이 프리랜서 저자 아잠 아흐메드의 르포르타주는 미리암의 여정을 통해 멕시코 정부의 부패와 카르텔의 폭력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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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탐사기자가 취재한 실화
부패한 정부·경찰 수수방관에
직접 증거 찾아내며 관청 압박
범인 감옥 보내는데 성공하지만
카르텔 공격에 결국 살해당해
반복되는 폭력의 회전목마 속
국민 보호할 정부책임 일깨워

지난달 멕시코 과달라하라 길거리에 부착된 실종자를 찾는 포스터 수십 장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멕시코 과달라하라 길거리에 부착된 실종자를 찾는 포스터 수십 장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내 딸에게 이런 짓을 한 놈들을 전부 찾아낼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

2014년 1월. 멕시코 북부 타마울리파스주의 작은 동네 산페르난도 토박이이자 마약 카르텔인 '세타스'에 21세 딸 카렌을 납치당한 54세 어머니 미리암 로드리게스는 복수를 결심한다. 납치에 연루된 세타스 조직원 10여 명을 전부 찾아내 응징하기로.

생업을 팽개치고 아마추어 탐정이 된 미리암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지고, 범인 가족에게 접근하고, 공무원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돌리는 등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어 증거를 수집한다.

딸이 납치된 이후 2년 동안 그는 5명 이상의 조직원을 직접 추적해 감옥에 보내는 데 성공하지만, 카르텔의 복수로 결국 숨을 거둔다. 정의를 구현하는 공권력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어머니였던 미리암이 필사적인 복수극을 펼쳐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의 국제 탐사보도 특파원인 저자 아잠 아흐메드는 4년간의 집요한 취재로 완성한 르포르타주 저서 '두려움이란 말 따위'를 통해 카르텔 조직원들을 직접 추적한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땀과 눈물 어린 여정을 따라간다. 납치와 살인이 횡행하는 가운데서도 카르텔 조직에 대한 통제를 잃은 무능한 멕시코 정부의 민낯도 폭로한다.

두려움이란 말 따위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동아시아 펴냄, 2만원

두려움이란 말 따위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동아시아 펴냄, 2만원

저자에 따르면 1929년부터 1997년까지 멕시코를 장악했던 제도혁명당(PRI) 일당 독재 치하에서 미국 텍사스주 접경지역이었던 산페르난도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마약 카르텔들은 국가 권력과 유착해 마약이나 밀수품 밀매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강력한 독재권력의 통제를 받는 카르텔들은 시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시민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누렸고, 폭력은 조직 간의 문제였다. 카르텔의 마수가 시민들에게 뻗친 건 아이러니하게도 1997년 민주화 이후다. 카르텔에 질서를 요구했던 강력한 중앙권력은 사라졌다. 이후 검경과 주정부, 연방정부와 카르텔의 유착 양상은 거미줄처럼 복잡해졌다. 멕시코 정부는 점점 카르텔에 대한 통제력을 잃기 시작한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은 권력 공백을 틈타 세력을 늘렸다. 2006년 멕시코 정부가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은 도화선이 됐다. 군을 동원해 카르텔 수장들을 체포해도 금방 후계자가 자리를 대체했다. 부패한 수사당국과 사법 시스템 아래서 전쟁은 일시적인 '쇼'에 불과했다. 군과 카르텔 간 충돌은 일상이 됐고, 시민들의 희생만 커졌다. 2010년 이후 세타스는 산페르난도를 사실상 장악하고 '민간인 납치'를 비즈니스로 삼는다. 미리암의 딸처럼 가족이 납치되는 건 멕시코에서는 아주 흔했다. 실종자는 10만명을 넘었다. "당시 지역 은행들은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납치범들이 몸값을 요구하는 일이 얼마나 흔해졌는지 보여주는 암울한 현상이었다."

책은 미리암의 '복수극'을 통해 카르텔의 폭력이 멕시코 정부의 부패와 무책임에 따른 구조적 문제임을 짚는다. 미리암은 수사당국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다른 피해자들을 규합해 단체를 만들어 멕시코 정부에 대항한다. 사회적 연대 없이 홀로 놓인 개인은 멕시코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르텔의 폭력과 정부의 방관에도 끝까지 싸워낸 미리암의 유산이 현실을 얼마나 바꿔냈을까. 저자는 말한다. "지금 산페르난도에서는 또다시 상상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 다른 카르텔이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무장한 차량을 집결시킨 것이다. 폭력의 회전목마가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상황이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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