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최고의 스타 드라이버 중 하나인 루이스 해밀턴이 투자해 화제를 모았던 영국의 유명 비건 버거 체인이 영국 내 모든 점포를 폐쇄키로 해 글로벌 음식료(F&B) 시장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확산했던 비건식의 인기가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사그라드는 실상이 반영된 사례로 풀이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ESPN 등 외신에 따르면 해밀턴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한 ‘니트 버거’가 영국 내 모든 매장을 폐점하기로 했다. 2019년에 설립한 이 회사는 한때 런던 전역에 8개의 매장을 운영했다. 이달 초 소호 매장을 폐쇄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마지막 남은 런던 캠든 매장도 문을 닫는다.
런던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세계 최초의 국제적 식물성 버거 체인”이라고 불리며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2023년 큰 손실을 낸 뒤 사업을 축소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뉴욕과 두바이 지점도 폐쇄됐다. 현재 남아 있는 매장은 이탈리아 밀라노뿐이다. 영국 웸블리에서는 팝업 형태로 ‘박스파크’에 입점해 있다.
루이스 해밀턴은 2019년 니트 버거의 출범을 도왔으며, 공동 소유주로서 “고기 없는 음식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022년에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도 이 체인을 후원해왔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채식주의자로 변신했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비건 레스토랑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전 세계적 소비 부진의 여파로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1위 비건 대체육 브랜드인 비욘드미트의 영업손실은 2021년 1억7493만 달러(2506억원)에서 2022년 3억4277만달러(4911억원)로 커졌다가 지난해 1억5612만달러(2237억원)로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흑자 전환은 못 하고 있다. 미국 대체육 업체 임파서블 푸드의 기업가치는 2021년 말 70억달러(약 10조2870억원)에서 지난해 말 14억달러(약 2조574억원)로 80%가량 쪼그라들었다.
국내 비건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농심은 2022년 5월 문을 열었던 비건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의 영업을 올 1월 종료했다. 비건식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면서 적자가 누적된 데 따른 결정이었다
비건 식품 시장이 국내외에서 주춤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비싼 가격이 꼽힌다. 미국 CNBC는 식물성 대체육이 상대적으로 비싸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체육은 기존 육류에 비해 파운드(약 450g)당 4.2달러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