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가꾼 고유의 정체성과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을 뽐내는 시대가 열렸다고 봅니다.”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SONGZIO)’를 이끄는 송재우 송지오인터내셔널 대표 겸 디렉터는 최근 서울 신사동 송지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한국 3대 디자이너 브랜드로 꼽히는 송 대표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이해와 관심이 최근들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부터 아버지인 송지오 디자이너의 뒤를 이은 송재우 대표는 디자인 디렉터까지 직접 맡아 회사를 운영해왔으며 2022년 300억원대던 매출이 지난해 지오송지오를 포함해 800억원대까지 늘었다.
(사진) 송재우 SONGZIO 대표가 파리패션위크에서 자신의 ‘2024SS’컬렉션을 발표한 뒤 런웨이를 걷고 있다. 송지오 제공
1993년 첫선을 보인 이후 남성복 위주의 제품을 출시해왔던 송지오는 올해 여성복 브랜드 ‘송지오 우먼’을 론칭했다. 그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여성복 구매 고객 중에서 20대 비중이 가장 높아서 놀랐다”며 “디자인에 대한 젊은층의 이해가 깊고 수요도 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지오는 올해 여성복 단독 매장을 현재 7개에서 15개까지 늘리고 매년 5~10개씩 추가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여성복 800억원을 포함해 2030년까지 브랜드 총 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송지오 우먼’의 해외 진출도 함께 추진한다. 그는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올해 안에 바로 옆 ‘송지오 우먼’ 스토어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레지구는 파리에서도 패션 중심지로 꼽히는 곳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때 선택하는 곳이다.
그는 요즘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을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파리 매장뿐 아니라 뉴욕 소호지역에 건물 한 개를 통째로 빌려 송지오만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파리 매장이 예술 공간이라면, 뉴욕은 상업적 공간이기도 하다”며 “한 건물에 갤러리와 브랜드 스토어가 같이 있어 디자인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한국의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지켜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6개월 마다 바뀌는 트렌드를 알아야 하지만, 그 트렌드 속에서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꾸준히 자신의 것을 보여주면 대중도 결국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송지오는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 지금도 4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디자인을 한다. 컴퓨터로 담기 어려운 미세한 디테일을 옷에 녹여내기 위해서다.
송 대표는 의류를 넘어선 확장 계획을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여성복이 궤도에 오른 뒤 송지오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동양적 아방가르드 디자인을 이끄는 브랜드로서 단순히 의류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을 염두하고 있단 의미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