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체 한도소진을 이유로
일부 지점서 정책대출 제한해
KB은행 "재발방지 공문 발송"
KB국민은행의 일선 지점이 주택도시기금에서 나가는 정책대출 취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경기도 한 금융센터는 '2024 기금대출 마감' 안내장을 통해 버팀목전세대출, 내집마련디딤돌대출, 신생아특례대출에 대해 연내 상담을 제한하도록 했다.
안내장에 따르면 "신규 상담은 2025년부터 가능하다"면서 "2025년이 잔금일이어도 2024년도 신청이 불가하다"고 돼 있다. 대출 상담을 제한한 이유에 대해선 '한도 소진'이라고 설명했다.
상담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관련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은 고객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KB국민은행 일선 지점에서는 10~11월엔 주거래은행 변경, 신용·체크카드 개설 등 조건을 붙여 제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이 관련 정책대출을 줄이기 위한 명분으로 '한도 소진'을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정책대출 취급을 거절하거나 상담을 기피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HUG가 나서서 정책대출 취급을 권하는 상황에서 이를 피하기 위해 한도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을 배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본점 차원에서 취한 조치가 아니며 언론 취재가 시작된 후 오히려 상품 취급 자체를 거절하거나 상담을 기피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유의 문서'도 내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버팀목대출과 디딤돌대출은 각각 가계 소득이 높지 않은 서민층의 전세와 매매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금대출이다. 정책자금대출은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목표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일선 지점 입장에선 취급이 까다로운 데다 KPI(핵심성과지표)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정책대출을 취급할 유인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국토교통부의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및 취급 제한 등 조치가 나왔을 때 타 은행과 달리 해당 대출을 바로 막았다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문제를 제기하자 철회한 바 있다.
정책대출과 관련해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자 정부도 민원이 많은 은행의 수수료율을 삭감하는 등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와 HUG 관계자는 "수탁은행을 공정하게 평가해 우수한 업체에는 수수료를 더 주고, 민원이 나오는 등 문제가 있는 은행에는 적게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