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3일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에 수중 폭발물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본토 내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공습한 지 이틀 만이자 러시아와의 고위급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지 하루 만이다.
SBU는 이날 크림대교의 수중 교각 하나에 TNT 1100㎏급 폭발물을 매설해 폭파하는 특수 작전을 완수했다고 발표했다. SBU는 민간인 사상자 없이 작전을 수행했으며 교각이 심각하게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크림대교는 길이 19㎞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건설됐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주둔하는 러시아군의 육상 보급로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두 번 크림대교를 공습했지만 완전히 파괴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작전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에 대한 기습 드론 공격 작전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이번 드론 공격으로 전략폭격기 3분의 1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지며 러시아의 글로벌 군사 전략이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무기 운반 수단으로 쓰이는 투폴레프(Tu) 전략폭격기 상당수가 파괴돼 러시아 핵전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은 전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내 전략 공군기지 최소 4곳을 동시에 타격해 적게는 14대, 우크라이나 측 주장으로는 41대의 Tu-95, Tu-22 등 군용기가 손상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폭격기는 현재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노후 장비다. Tu-95와 Tu-22는 옛 소련 시절 설계돼 1950년대부터 운용된 장거리 폭격기다. 노후 기체지만 대형 탄두 적재 능력과 긴 항속 거리를 갖춰 러시아의 핵전력 운영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기습 공격이 러시아의 글로벌 군사 전략을 뒤흔들었다며 광범위한 지정학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장거리 폭격기 전력이 크게 손상되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주변 국가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물론 미국같이 멀리 떨어진 경쟁자들을 위협할 역량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 대상이 된 올레냐, 벨라야, 이바노보, 댜길레보 등 러시아 공군기지는 러시아 본토 깊숙한 지역에 있는 전략 거점이다. 그동안 이들 기지는 ‘안전지대’로 간주돼 왔지만 이번 공격으로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 때문에 군용기 보호 조치와 전력 재배치가 불가피해졌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