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전북특별자치도가 광역교통망 확충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으로 전북도 대광법을 적용받게 됐기 때문이다. 전북이 광역 교통 체계를 구축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사업비의 일부를 국비로 충당할 수 있어 사업성도 한층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관련 인프라가 들어설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로 확장·환승센터 구축 등 ‘기대’
1일 업계에 따르면 전북도는 지난달 22일 대광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같은 날 정부는 대광법 개정안을 법률 제20936호로 정부 관보에 게재해 모든 입법 절차를 마쳤다. 전북 교통인프라 확충을 위한 큰 관문을 하나 건넌 셈이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전주시를 중심으로 익산시, 김제시, 완주군 등 ‘전주권’을 ‘대도시권’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대도시권으로 격상돼 광역교통 정책의 주체로 법적·제도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광역도로, 광역철도, 간선급행버스체계(BRT), 환승센터 등 주요 광역교통 인프라 사업을 진행할 때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광법은 그동안 수도권(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전역)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대 광역시권에 적용됐다.
전주시는 도민 수요가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광역교통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전주 북부권 에코시티와 완주 삼봉지구를 연결하는 과학로를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전주 서부권에서 김제 금구로 이어지는 쑥고개로와 전주 반월~완주 삼례~익산 용제 도로도 넓힌다. 전주 효자~완주 이서~김제 용지 구간 도로는 새로 지을 계획이다. 자가용을 통해 전주로 출·퇴근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시와 인접 시군을 왕래하는 출·퇴근 교통 수요가 많다”며 “대체 교통수단이 많지 않아 자차 이용 비율이 높은 만큼 도로 확장을 원하는 도민이 많다”고 말했다.
KTX 익산역 복합환승센터 구축 사업도 본격 추진될 것이라 기대된다. 이 사업은 KTX 익산역 이용객이 새만금, 전주, 군산 등 전북지역 전역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시내·외버스, 택시 등 기타 운송 수단과 연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철도차량기지를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상업, 업무, 주거, 문화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개발도 추진한다. 2021년 국토교통부의 ‘제3차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구축 기본계획’에 반영됐으나,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국비 지원 등을 통해 차량기지 이전 비용을 충당한다면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광역 교통망 구축의 근거 확보한 것”
대광법을 적용받는 수도권과 대구에서는 이미 광역교통망 확충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철도,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등 교통수단을 연계해 교통 편의를 높이는 등 대광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북도 광역 교통망을 구축할 근거를 확보한 만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경기 하남시 교산지구, 부천시 대장지구 등 3기 신도시는 ‘선(先)교통·후(後)입주’ 대책을 내세워 광역교통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축이 되는 사업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첫 개통한 GTX-A노선은 지난달 29일까지 1년간 누적 771만여명이 이용했다.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성도 효과를 내고 있다. 경기 김포시는 GTX-A 연계 시내버스의 이용수요가 신설 후 3개월 만에 약 3배 늘었다고 밝혔다. GTX-A 킨텍스역과 주거 지역을 연결하는 시내버스 노선인 33번과 33-2번의 운영 효과다. 표찬 싸부원 대표는 “GTX를 포함한 수도권 광역교통 시스템의 근거가 대광법”이라며 “교통환승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북은 군위와 의성 일대에 들어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연계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고속도로, 철도,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활용해 신공항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작년 12월 중앙선 안동~북영천 구간 복선화 사업이 마무리됐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연장선인 안심~하양 복선전철도 지난해 12월 개통했다. 비수도권 최초 도시철도연장형 광역철도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4호선도 연내 착공 및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북이 ‘지역 맞춤형 교통체계’를 중심으로 대광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인구 규모가 수도권에 비해 적고 거주지역도 분산된 만큼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표 대표는 “전주는 익산과 비교해 인구수는 많지만, 철도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KTX 익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을 통해 전주와 익산을 연결할 방법을 찾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논과 밭이 많아 인구가 분산된 만큼 광역버스나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