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왜 곽빈 기다렸나, 4실점에도 끝끝내 '6이닝 102구 역투' 1경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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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왜 두산 베어스가 곽빈(26)의 복귀를 간절히 기다렸는지 보여준 1경기였다. 돌아온 에이스 곽빈이 투구폼 교정으로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도 끝끝내 선발 투수로서 책무를 다하며 두산을 승리로 이끌었다.

곽빈은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방문경기에서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두산의 6-5 승리를 이끌고 시즌 2승(2패)째를 챙겼다.

곽빈의 강점이 돋보인 경기였다. 그는 최고 시속 155㎞의 빠른 직구(41구)에 슬라이더 34구, 커브 14구, 체인지업 13구 등 총 102구를 효율적으로 던지며 긴 이닝을 소화했다. 처음에는 복귀를 준비하며 교정한 투구폼이 잘 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1회말 김현수에게 2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볼을 연달아 던지더니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다. 이후 문보경에게 볼넷을 줬고 문성주에게 직구 승부 끝에 좌전 안타를 맞아 실점했다.

4회가 가장 큰 위기였다. 선두타자 문보경은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들어오는 곽빈의 변화구를 모두 쳐냈고 6구째 직구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문성주가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좌중간 안타로 분위기를 이어갔고, 박동원이 결국 바깥쪽 직구를 통타해 잠실야구장 우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아직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상황. 잠시 고개를 숙인 곽빈 침착하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 나갔다. 구본혁을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잡았고 이주헌을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삼진을 솎아냈다. 박해민에게는 커브를 떨어트려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5, 6회도 마찬가지였다. 곽빈은 5회 김현수에게 볼넷, 문보경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문성주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끝냈고, 6회에는 박동원에게 헛스윙 삼진을 잡아 전 타석 홈런을 설욕하고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두산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흔들림 없는 에이스에 타선도 힘을 냈다. 5회 1점을 따라가 4-4 동점을 만들고 6회에는 내야 안타 2개로 6-4 역전까지 해내며 곽빈에게 승리 투수 요건을 안겨줬다.

올해 두산의 시즌 전 계획은 에이스 곽빈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사라지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곽빈은 올해 3월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내복사근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아 5월까지 장기 결장했다. 6월 3일 KIA전을 통해 복귀했고 차츰 공 개수를 늘려가며 퀄리티 스타트도 가능한 상황까지 왔다.

재활하면서도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과 곽빈의 말에 따르면 팔 동작을 작게 하면서 제구를 잡고 힘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곽빈은 "재활하면서 마음가짐을 바꿨다. 또 너무 공을 세게 던지려 하다 보니 팔 스윙이 커져서 연습 때마다 계속 신경 써서 줄이는 방향으로 바꿨다"며 "컨트롤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계속해봐야겠지만, 전 경기와 오늘(21일) 스트라이크 비율이 70% 정도였다. 오늘(21일)처럼 맞더라도 이렇게 던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원래대로 돌아가자는 느낌이다"라고 활짝 웃었다.

박동원에게 맞은 홈런에도 의연했다. 곽빈은 "맞자마자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사실 놀란 것이 나 스스로 정말 잘 던졌다고 생각한 코스였다. 하지만 그 공을 밀어서 잠실을 넘기니까..."라고 혀를 내두르며 "난 오늘 박동원 선배가 아닌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에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투수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홈런이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4실점 해도 6이닝, 7이닝을 던지려 한다. 볼넷을 줄 때도 있겠지만, 주더라도 의미 있게 주고, (장타를) 맞더라도 맞으면서 배우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아까 6회 박동원 선배가 첫 타자로 나왔는데 앞선 5이닝보다 (박)동원 선배와 한 타석하는 대결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코치님이 투구 수 100개 제한을 이야기하셨는데 오히려 그렇게 정해버리면 머리가 아파서 그냥 던지겠다고 했다. 전 경기부터 제한 없이 던지고 있다"며 "사실 올해 우리가 엄청 어려웠다. 선수들도 무조건 이겨야지 하는 압박을 느끼기보단 1승의 즐거움과 한 경기, 한 경기를 통해 성장하자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다시 살아난 팀 분위기를 전했다.

두산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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