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재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 증상 없는 경우도 적잖아 심전도검사 자주 해야”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은 심정지 후 바로 사망할 수도”
“최근 ‘펄스장 절제술’ 등 혁신 치료 기술 시행, 효과 좋아”

별다른 이유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맥박이 불규칙하게 느껴진다면 바로 병의원을 찾는 게 좋다. 원인 모를 어지럼증이나 실신, 호흡곤란, 숨이 찬 증상이 있어도 즉시 병의원을 찾아야 한다. 심장을 수축하게 하는 전기신호의 이상으로 빈맥, 서맥 등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부정맥(不整脈)’이 발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정맥은 방치하면 종류에 따라 실신을 넘어 심정지로 사망할 수도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22년 통계에 따르면, 가장 흔한 부정맥의 한 종류인 심방세동 환자만 전국적으로 약 94만 명이 넘는다. 환자의 평균 나이는 70세로, 고령층이 특히 많았다.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2.4배 높고 사망 위험도 1.8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부정맥은 어떤 질환이고 그 원인과 치료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심재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심 교수는 “부정맥은 증상이 있을 때 환자 스스로 기록해둔 맥박 정보가 의사의 진단에 큰 단서가 된다. 이상을 느꼈다면 기록을 지참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심방세동은 조기 진단이 조기 치료의 지름길인 동시에 뇌졸중 및 사망률도 줄일 수 있다. 65세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등 위험 요소를 가졌다면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도 심전도검사를 자주 하길 권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심 교수와의 일문일답.
노화가 가장 큰 원인
부정맥은 어떤 질환인가?
“심장은 ‘전기신호’에 의해 하루에 약 10만 번씩 ‘펌프’가 물을 빨아 내뿜듯 규칙적으로 수축하는데, 이때 혈관에서 느껴지는 박동이 맥박이다. 부정맥은 전기신호가 만들어지거나 전달되는 과정에 이상이 생겨 맥박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거나, 혹은 불규칙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심장의 ‘전기회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부정맥의 종류는?
“심장이 뛰려면 우심방 위쪽에 있는 ‘동방결절’이라는 천연 발전기에서 전기를 만들어 심장 전체로 신호를 보내야 한다. 빈맥(빠른 부정맥)은 맥박이 분당 100회 이상 뛰는 경우로, 이는 심장 내부의 전선(전기신호 경로) 중 일부가 오작동을 일으켰거나 동방결절 외의 다른 곳에서 전기신호를 빠르게 발생시켜 일어난다. 반면 서맥(느린 부정맥)은 맥박이 분당 60회 미만으로 뛰는 경우로, 동방결절이 노화됐거나 병이 들어 전기를 너무 가끔 만들거나 전선이 끊어져 신호가 전달되지 못해 발생한다. 이 외에 맥박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지만 박동 간격이 불규칙한 경우가 있다.”부정맥의 공통된 증상은?“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이다. 평소 인간은 심장이 뛰는 걸 자각하기 어렵지만, 부정맥이 생기면 심장이 매우 빨리 뛰거나 덜컥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다음으로 온몸에 피가 잘 돌지 않아 생기는 피로감, 어지러움,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이나 통증 등이 있다.”
부정맥 종류에 따른 증상은?
“서맥은 뇌로 가는 혈류량 부족으로 만성 피로감이나 심한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고, 심하면 의식을 잃고 실신할 수도 있다. 반면 빈맥은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찬 증상이 생긴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의 경우 갑작스러운 두근거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심실빈맥은 혈액을 심장에서 제대로 내보내지 못해 어지럼증, 실신, 심정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심방세동은 뇌졸중의 주범이다. 심방이 펌프질을 못 하고 파르르 떨기만 하면서 내부에 고인 피가 굳어 피떡(혈전)을 만들고 혈관을 막기 때문이다.”
부정맥의 대표적 원인은?“노화다. 나이가 들면서 심장의 전기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전선이 낡고 심장 혈관이 막혀 심장근육 일부가 굳으면(괴사) 그 부위가 부정맥을 일으킨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어도 심장벽이 두꺼워지거나 압력이 올라가서 전기회로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특히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으면 갑상선호르몬이 심장을 과도하게 자극해 부정맥이 잘 생긴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 수면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 ‘과음(폭음)’이 부정맥에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과 비만도 중요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극도자절제술’이 대표적 치료술
부정맥의 진단은? “진단을 위해 기본적으로 심장의 전기신호를 그래프로 기록하는 ‘심전도검사’를 하지만, 환자의 증상과 빈도에 따라 맞춤형 검사를 진행한다. 증상이 잦을 경우는 기기를 몸에 부착하고 하루나 이틀 정도 일상생활을 하며 맥박을 기록하는 ‘홀터(Holter) 심전도검사’를 한다. 몇 주에 한 번 혹은 몇 달에 한 번 두근거린다면 1~2주 동안 장기간 착용할 수 있는 패치형 심전도검사를 하거나, 피부밑에 작은 칩을 넣어 최대 3년간 맥박을 감시하는 ‘이식형 사건기록기’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에 심전도를 기록하는 기능이 탑재돼 도움이 되고 있다.”
병의원을 찾아야 하는 증상은?
“이유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맥박이 빠르거나 늦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경우다. 어지럼증, 실신, 원인 모를 숨참, 흉통이 동반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치명적인 경우는?
“심장의 메인 펌프 역할을 하는 심실에 문제가 생기는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이다.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즉시 온몸으로 피가 공급되지 않는 ‘심정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때 4~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거나 자동심장충격기로 전기를 리셋해주지 않으면 뇌 손상이 오거나 그대로 사망한다. 또한 심방세동 환자에게 혈전이 생겨 발생하는 뇌졸중, 심한 서맥으로 인한 심정지도 위험하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불규칙하거나 빠른 맥을 조절하는 항부정맥제, 혈전을 막는 항응고제(심방세동 환자) 등을 사용하는 약물치료, 빈맥 환자의 다리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심장까지 삽입해 부정맥을 일으키는 이상 부위를 고주파 에너지로 태우거나 냉각해 없애는 ‘전극도자절제술’이 가장 대표적이다. 심장이 너무 느리게 뛸 때는 가슴 피부 아래에 인공심박동기를 이식해 규칙적으로 전기자극을 주기도 하며, 고위험군의 심실세동 등 치명적 부정맥을 막기 위해선 자동으로 전기충격을 주는 삽입형 제세동기를 예방적으로 이식하기도 한다.”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는?
“심장의 구조와 기능이 정상이고, 환자 본인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며, 하루 전체 맥박 중 부정맥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미미하다면 굳이 약을 먹거나 시술할 필요가 없다.”
치료 후 재발 가능성은?
“노화로 인한 심장근육의 퇴행 때문에 발생하는 심방세동은 전극도자절제술이 성공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다른 부위에 재발할 수 있다. 하지만 약물로 리듬을 다시 잡거나 ‘2차 추가 시술’을 받으면 훨씬 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심방세동은 고혈압, 비만, 수면무호흡증 같은 원인이 지속되면 재발 위험이 커지므로 이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금주, 금연이 최우선 예방책
근본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는?
“심장근육 자체가 광범위하게 망가진 말기 심부전 환자나 고령으로 인해 전신 상태가 너무 쇠약한 경우는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최대한 완화하고 인공심박동기나 제세동기를 통해 급사를 막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유전성 부정맥의 경우는 선천적 이상이 원인이므로 완치보다는 장기적 관리가 목표다.”
최근 개발된 치료법이 있다면?
“가장 주목받는 혁신 기술은 ‘펄스장 절제술(PFA·Pulsed Field Ablation)’이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 고전압의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부정맥의 원인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주변 정상 조직에는 손상을 거의 주지 않아 시술의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고, 시술 시간도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또한 가슴 절개 없이 혈관을 통해 심장에 직접 삽입하는 ’무전극선 인공심박동기‘, 혈관에 전선을 넣지 않고 피부 아래에만 설치해 감염 위험이 낮은 ’피하 제세동기‘ 등도 있다.”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이 있다면?
“금주와 금연이 우선이다. 음주는 심장 전선을 자극하는 가장 큰 적이고 니코틴은 심장을 불필요하게 흥분시킨다. 심장 리듬 안정에 도움을 주는 저염식, 생선과 채소 중심의 지중해식 식단도 권한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적정 체중 및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역시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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