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초등학교·중학교 교장, 마을 이장과 자치회장까지 총출동했다. 지난달 25일 강원도 원주 귀래면 운남리 '데카르트 수학책방' 개점식은 동네 주민 수십 명이 몰린 마을잔치였다. 귀래면 복지관에서 의자 40개를 빌려줬을 정도다. 이 책방은 이화여대 수학교육학 박사 출신인 강미선 대표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 수학 전문 서점이다.
5일 강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전까지는 책방도 없었고 조용한 마을이라 '서점이 생긴다고?' 의아해하던 마을 어르신들이 이제는 손주들 줄 수학책을 찾으러 들르곤 한다"고 말했다. "텅 빈 채 쓰레기가 쌓여 있던 '애물단지' 건물이 새단장 되니까 마을분들이 많이 반기세요. 책방이 생기고 새로운 사람들이 오가는 것 자체가 활력이 되는 것 같아요."
서울 목동과 북가좌동 두 곳에서 데카르트 수학책방을 운영하던 강 대표는 지난달 귀래면으로 본점을 옮겼다. 강 대표는 서울과 원주를 오가며 지내기 때문에 귀래면 본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운영한다.
데카르트 수학책방은 문제집을 팔지 않는다. 수학의 역사, 철학 등을 담은 국내외 '문제 없는 수학책'이 가득하다. 강 씨가 그린 수학자들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갤러리도 마련했다. 강 대는 <수학의 마음> <문제 없는 수학> <강쌤의 수학 상담소> 등을 집필한 수학교육 전문가다.
데카르트 수학책방의 등장은 지역의 화제다. 개점식에 인근 귀래초 교장, 귀래중 교장이 참석한 건 물론 이사장과 교사들도 찾아온다. 지역 신문에도 기사가 났다. 인구 감소를 고민하는 작은 마을에서 책방이 문화·교육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귀래면은 인구 수가 2000명 안팎에 불과해 원주의 25개 읍·면·동 중 가장 적다. 올 초 강원연구원이 꼽은 인구 소멸 위기 지역 중 하나다.
강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수학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귀래면이 수학 마을로 불리고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동네에서 수학 이야기가 꽃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