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슴으로 돈 좀 벌어볼까."
1985년 전남 영광군 안마도. 영광군 선착장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이 섬에서 마을주민 3명은 의기투합했다. 대만·일본산 꽃사슴 10마리를 들여와 키워 방목했다. 꽃사슴은 빠르게 번식해 현재 937마리까지 불었다. 인구 2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안마도에 들어온 꽃사슴은 섬 곳곳을 헤집었다. 농작물과 산림을 짓이겼다. 최근 5년 동안 이 섬 주민이 입은 농작물 피해만 1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축산법상 사슴은 가축으로 분류돼 임의로 포획할 수 없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사냥도 할 수 없다. 보다 못한 정부가 결국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연말까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고쳐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27일 발표했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총기를 사용한 포획이 가능해진다. 현재 유해야생동물은 농작물 피해를 주는 참새, 까지, 까마귀, 고라니, 멧돼지, 두더지 등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꽃사슴은 안마도와 굴업도에 각각 937마리, 178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난지도와 소록도 등에서도 대량 서식하고 있다. 꽃사슴은 번식력이 강하고 천적이 없이 개체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열매와 잎, 나무껍질 등을 무분별하게 뜯어먹으면서 자생식물 숲을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라니와 산양, 노루를 비롯한 토종 야생동물과의 먹이 및 서식지 경쟁으로 고유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섬 주민들의 농작물을 뜯어먹고 뿔로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안마도는 꽃사슴으로 최근 5년 동안 1억6000만원가량의 농작물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꽃사슴은 질병(리케차)을 전파할 수 있는 진드기의 주요 숙주로 판명됐다. 리케차에 감염될 경우 고열과 두통, 근육통의 증상이 나타나고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