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면 나눠라" 조선·IT업계까지 번졌다…비상 걸린 산업계

1 week ago 3

< 판교역 광장에 모인 카카오 노조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0일 경기 성남 백현동 판교역 광장에서 ‘2026년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판교역 광장에 모인 카카오 노조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0일 경기 성남 백현동 판교역 광장에서 ‘2026년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반도체업계에서 불거진 ‘n% 성과 배분’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 노사 협상 핵심이 기본급 인상과 복지 확대였다면 이제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노동자와 얼마나 나눌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 조선, 전력기기, 정보기술(IT) 등 대기업 노조가 앞다퉈 성과급을 요구하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과 맞물려 2000년대 이후 가장 수위 높은 ‘하투(夏鬪)’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IT업계도 “과실 나눠달라”


"돈 벌면 나눠라" 조선·IT업계까지 번졌다…비상 걸린 산업계

20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로부터 ‘n% 성과급’ 요구를 받는 기업은 현대자동차·기아, HD현대중공업, 카카오, LG유플러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다. 반도체업계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란이 제조업과 플랫폼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슈퍼사이클에 들어간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를 포함했다.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도 담겼다. 한화오션 노조는 향후 제출할 요구안에 성과급 지급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급증하며 조선업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자 노조가 과실 공유를 핵심 의제로 내건 것이다.

젊은 직원 비중이 높은 IT업계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카오 노조는 창사 이후 첫 파업을 볼모로 영업이익 대비 13~14%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오는 27일 2차 조정 절차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이날 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조합원 과반의 파업 의사를 확인한 만큼 파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LG유플러스 등에서도 영업이익 30%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임단협에서 올해처럼 성과급으로 노사가 대립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력기기 호황기를 맞은 두산에너빌리티 노조는 성과급 산정 방식 개편을 올해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이 회사는 20년 노사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고 있는데 올해 협상은 예년과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도 성과급 상한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순이익의 30%를 요구했다. 작년 현대차 순이익(10조3648억원)을 감안하면 노조 측 요구액은 3조원을 넘는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세 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하청업체는 “성과급 격차 해소” 압박

산업계가 더 긴장하는 것은 이런 움직임이 노조법 개정안 시행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시행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원청 기업의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노동 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청 종속형 하청업체뿐 아니라 급식업체 등 사외 하청 노조까지 교섭 참여를 요구해 회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물류 하청 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SK하이닉스와의 성과급 격차를 해소해달라”며 원청인 SK하이닉스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급식 업체 웰리브 노조도 한화오션에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논란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원·하청 구조 전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산업계에서는 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배분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기업의 투자 여력과 비용 구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반도체, 조선, 전력기기 같은 사이클산업은 호황기와 불황기 간 격차가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호황기에는 성과급 기대 수준이 계속 올라가지만, 업황이 나빠졌을 때 이를 다시 낮추는 과정에서 더 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순 성과급 문제를 넘어 노사 구조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허진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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