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저항의 축’ 중 시리아 권력 공백에
튀르키예, 오스만제국 옛 영토 확장 노려
이 “튀르키예 대리인과 무장 충돌 우려”
시리아 독재 정권이 붕괴하면서 기존 시리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이란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그 빈 자리를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채우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두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시리아에서 충돌하는 불가피하며, 내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분야 최우선 과제는 이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 될 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은 시리아 독재 정권 붕괴의 주요 전략적 수혜국으로 꼽힌다.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튀르키예는 시리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국가로 부상했다. 이로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리비아와 소말리아까지 옛 오스만 제국 영토를 가로지르는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야망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중동연구소의 튀르키예 프로그램 책임자인 고눌 톨은 “튀르키예 관리들은 새로운 시리아가 성공해 튀르키예가 시리아를 소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스라엘이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이라크에서 시리아를 거쳐 헤즈볼라까지 이어지던 이란 주도의 ‘저항의 축’이 해체돼 즉각적이고 중대한 안보 이익을 얻게 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튀르키예가 주도하는 새로운 수니파 이슬람주의 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똑같이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바 았다.
이스라엘 의회 외교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율리 에델슈타인은 “튀르키예와의 관계는 분명히 나쁜 상황이지만 항상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현재 단계에서 서로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리아에서 튀르키예로부터 영감을 받고 무장한 대리인과의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시리아에서의 튀르키예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16일 “튀르키예가 아사드 정권 축출 뒤 시리아를 비우호적으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있은 지 이틀 후 “시리아의 사건은 튀르키예가 본 영토 자체보다 더 크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라며 “튀르키예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증동 지역에서는 튀르키예와 밀접한 동맹을 맺고 있는 카타르를 제외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요르단 등 다른 미국 파트너들이 튀르키예의 새로운 영향력 확장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자국 안보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리아에서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의 대결이 임박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텔아비브대학교의 현대 중동 역사학 석좌교수인 에얄 지저는 “두 나라 사이에는 여전히 소통 통로가 있고, 튀르키예는 여전히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양국 간의 문제를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의 파괴를 탐내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며, 헤즈볼라에 미사일 무기고를 제공하지 않고, 수만 명의 민병대를 시리아로 보내지 않는다”라며 “튀르키예가 지배하는 시리아가 이란이 지배하는 시리아보다 이스라엘에게 훨씬 낫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