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대한민국 사회는 지금 ‘공정’이 최대 화두다. 스포츠도 승패만큼, 승패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 ‘공정한 경쟁’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로 자리매김했다. 팬들은 결과만큼 절차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선수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권리와 안전이 보장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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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권정아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이사 겸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국제협력부장. |
도핑방지는 그 중 가장 민감한 분야다. 약물 사용 여부를 가리는 기술적 영역을 넘어 선수의 명예, 국가 간 검사 역량 차이, 국제기구의 신뢰 문제가 모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도핑방지위원회(KADA)의 권정아 국제협력부장이 최근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산하 국가도핑방지기구 전문가 자문단(NADO EAG)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권 부장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전 세계 국가 도핑방지기구를 대표해 WADA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한국 도핑방지 행정이 국제 규정을 따라가는 단계를 넘어 정책 형성 과정에서 리더 위치로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다.
권 부장은 의학이나 생리학 전공자가 아니다. 대학에서는 영어영문학과 국제기구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국제홍보를 전공했다. 그는 “도핑방지 분야에 발을 디딘 계기가 거창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언론, 경제, 문화 관련 기관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던 시기에 스포츠와 국제협력이 만나는 지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서 도핑방지에 대한 인식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KADA도 작은 조직이었다. 제도와 문화를 하나씩 만들어가야 하는 단계였다. 권 부장은 “그런 환경이 부담이라기보다 의미 있는 도전으로 느껴졌다”며 “현장에서 선수들을 만나면서 도핑방지가 단순히 규정을 집행하는 일이 아니라 선수들을 보호하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권 부장이 체감하는 한국의 위상 변화는 크다. 그는 “10년 전에는 국제사회의 결정을 수용하고 이행하는 입장이었다”며 “지금은 세계도핑방지규약과 국제표준, 주요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했다. WADA 이사회와 각종 소위원회, 실무그룹에서 한국 전문가들의 활동이 늘고, 국제 도핑방지 심포지엄에서 한국인을 연사로 초청하는 사례도 많아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NADO EAG는 전 세계 국가 도핑방지기구의 현장 의견을 WADA 정책에 반영하는 핵심 자문기구다. 대륙별 대표 10명으로 구성되며, 의장단은 WADA 이사회에도 참여한다. 권 부장은 “개인의 역량만으로 가능했던 일은 아니다. KADA가 국제사회에서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시아는 세계 인구와 스포츠 참여 규모에 비해 국제 도핑방지 거버넌스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아시아 국가 도핑방지기구들의 의견이 정책에 더 잘 반영되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 부장은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이 갈수록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로 ‘실행력’을 꼽았다. 그는 “국제사회에는 좋은 정책과 아이디어가 많지만, 그것을 실제 제도와 사업으로 구현하고 현장에 안착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한국은 국제 기준을 빠르게 이해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도핑검사, 교육 프로그램, 디지털 시스템 활용, 국제행사 개최, 개발도상국 역량강화 사업 등이 대표 사례다.
권 부장은 도핑방지의 목적을 ‘제재’가 아닌 ‘보호’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스포츠는 선수의 땀과 재능,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는 분야”라며 “선수들이 결과에 승복하고, 팬들이 결과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신뢰를 지키는 것이 이 일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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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DA NADO 전문가 자문단 아시아 대표로 선출된 권정아 부장(왼쪽에서 4번째). 사진=WA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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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DA NADO 전문가 자문단 아시아 대표로 선출된 권정아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국제협력부장. 사진=이석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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