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바뀐 비트코인시장 수요 약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Deutsche Bank)가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는 23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최근 6만달러 아래로 하락하며 2024년 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은 거시경제적 요인과 시장 구조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하며 이 같이 점쳤다. 도이체방크는 비트코인이 점차 개인투자자 중심의 투기 자산이 아니라 기관투자자 중심의 위험자산(risk asset)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 강화,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의 자금 유출, 세계 최대 비트코인 트레저리인 스트래티지(Strategy)의 비트코인 매도에 따른 신뢰 훼손, 그리고 인공지능(AI) 분야로의 투자자금 이동 등을 꼽았다.
마리온 라부레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고 있다”며 “이제 비트코인의 가격은 개인투자자의 투기 수요가 아니라 자금 흐름, 연준의 정책 전망, 경쟁적인 투자 테마, 그리고 규제 및 입법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기관투자자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가격대에서 일부 안정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단기 방향성은 기관 수요 회복 여부와 거시경제 환경 개선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특히 연준의 정책 전망 변화가 비트코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현재 연준이 연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금리 인하 기대를 뒤집는 전망으로, 그동안 비트코인과 위험자산에 대한 기관 수요를 지탱했던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연준이 9월과 12월에 각각 25bp씩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하락한다면 금리 인상의 시급성이 줄어들겠지만,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보다 앞선 7월에 첫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물 비트코인 ETF 자금 흐름도 악화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는 최근 6주 연속 순유출이 발생했으며 누적 유출 규모는 약 60억달러에 달한다. 현물 ETF가 비트코인 가격 형성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러한 자금 유출은 가격 하락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부레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역시 비트코인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은 2026년에만 7000억달러(원화 약 1070조원) 이상을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AI 관련 주식을 동일한 위험자산군으로 인식하며 투자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 시장의 한계 매수자(marginal buyer)는 개인투자자가 아니라 ETF 자산배분 담당자나 기업 재무담당 부서”라며 “이들은 비트코인 투자와 AI 관련 투자 기회를 동시에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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