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정원, 옛골목을 '느릿느릿' 거닐다[강경록의 이런여행]

3 days ago 19

[세종특별자치시=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노잼 도시’라는 억울한 표찰을 훈장처럼 달고 살던 세종특별자치시. 하지만 삭막한 장막을 걷고 한 발짝만 깊숙이 발을 디디면, 이 어린 도시는 머쓱할 정도로 다정한 속내를 꺼내 놓는다. 사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거대한 마천루가 아닌 사람들의 ‘느린 걸음’이었다. 수목원 정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여유를 즐기고, 방축천 물길을 따라 뚜벅뚜벅 사색을 건네며, 금강 위 이응다리 위에서 자전거 페달을 가볍게 굴리는 이들. 조치원 시장 난전에서는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를 세며 저녁거리를 고르는 생생한 풍경이 펼쳐진다. 세종 신도심의 아파트 단지와 하천 산책로. 주민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 물길과 걷는 길이 나 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아치형 다리 아래로 이어지는 세종 방축천 산책로. 높은 건물 사이에서 사람들이 물길을 따라 걷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연출한 무대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단지 바쁜 일상의 흐름을 잠시 멈추고 마주하는 가장 평범하고 결핍 없는 하루일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슴슴하고 담백한 평범함이 낯선 이방인의 마음을 툭 건드리는 최고의 여행 코스가 된다. 국립세종수목원의 초록 숲을 거닐고, 대통령기록관의 유리 회랑을 기웃거리다 주민들의 산책 동선에 슬그머니 발을 포개본다. 여행객만을 위해 특별히 포장된 샛길 대신, 세종 사람들이 도시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잠시 빌려 입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삶의 행복이란 게 거창하게 반짝이는 것은 아닐 테다. 집 문을 열고 나서면 지척에 걸을 길이 있고, 볕을 피할 숲과 물이 흐르고, 문득 마음을 뉘일 책과 전시 공간이 손에 닿는 것. 그런 소박한 시간들이 퇴적층처럼 차곡차곡 쌓인 도시라면 처음 배낭을 메고 흘러든 나그네에게도 근사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국립세종수목원의 초록과 세종 신도심의 고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생활권 가까이에 들어선 정원의 풍경이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전시온실 전경. 넓은 잔디밭에 달과 토끼 모양의 조형물이 놓여 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국립세종수목원 전통 정원의 정자에서 관람객이 연못을 바라보고 있다. 난간 아래로 연잎과 연꽃이 펼쳐진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도심에 들어앉은 정원과 호수, 그리고 물길 ‘국립세종수목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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