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모태펀드 확대, 혁신 생명수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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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모태펀드 확대, 혁신 생명수 돼야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피터 틸 팰런티어 회장은 미래를 향한 기술 진보를 두 종류로 구분했다. 첫 번째가 수평적 진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제품을 단순 복제하는 것으로, 1에서 n으로 확장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는 수직적 진보다.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로 0에서 1로 도약하는 혁신의 순간이다. 예컨대 한 대의 자동차를 보고 100대의 비슷한 자동차를 만드는 건 수평적 진보, 기존 자동차 기술을 뛰어넘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수직적 진보다.

마법 같은 혁신 선순환

수직적 진보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정립한 ‘창조적 파괴’ 개념과 맞닿아 있다. 창조적 파괴는 기업가의 혁신 활동이 기존 산업 구조를 변혁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경쟁을 촉진하는 과정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제로투원(zero to one)’ 과정에서 기존 산업은 사라지고(파괴),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는(창조) 일이 반복된다.

이 같은 혁신은 기존 틀을 깨고 신기술과 효율적 생산 방식을 이끌어 다층적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마련한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구축한 견고한 기술 진입 장벽은 해당 기업의 생존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면 시장 판도를 뒤흔들거나 경쟁자가 넘보지 못하는 대체 불가한 사업 모델을 갖게 된다. 기존 경쟁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

하나의 혁신은 산업 생태계 전반의 모방 투자를 촉발해 연쇄적인 혁신이 된다. 경쟁 기업들이 뒤따라 투자에 나서면서 기술 발전 속도는 한층 빨라진다. 이런 선순환 과정에서 혁신의 성패는 단순한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축적되며 새 시장이 형성되고, 정체된 경제는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른다. 일찍이 슘페터가 주목한 자본주의의 역동성이다.

투자심리 되살릴 모태펀드

지금 이런 혁신 선순환의 재가동이 절실한 곳이 스타트업·벤처 생태계다. 4년 넘게 벤처 혹한기가 이어지며 스케일업이 필요한 3~5년 차 스타트업은 좌절의 늪에 빠져 숨을 헐떡이고 있다. 스타트업·벤처의 실패는 잠재적인 혁신 좌초로 이어져 국가 산업 생태계 전체에 유·무형의 손실을 남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모태펀드 확대 방침은 정말 다행스러운 조치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모태펀드 출자 규모는 올해(9896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1조9997억원이다. 2009년 모태펀드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모태펀드는 소모성 예산과 달리 투자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단순히 세금을 쓰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성과가 다시 투자 재원으로 환류되는 구조다. 위축된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고,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는 파급력도 크다.

수출 주도형 경제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혁신을 통한 산업 재편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벤처가 모험적 시도를 이어갈 기반이 다시 세워져야 한다. 이번 모태펀드 확대가 움츠러든 도전 DNA와 혁신 불씨를 되살릴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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