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마치고 5년간 촉탁직으로 근무한 뒤 1월부터 쉬고 있는데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국내 한 공기업에서 퇴직한 방종열 씨(66)는 1일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2025’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건물 경비, 주차 관리 같은 단순 직무가 아닌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평소 관심 있던 기업 부스 세 곳에서 취업 상담을 신청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주관하는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는 방씨처럼 취업 정보에 목마른 중장년층이 대거 몰리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전 10시 개장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점심시간에도 인파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중장년층, 단기·유연근무에 관심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3회째 열리는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로, 행사 기간을 이틀로 늘리고 규모도 대폭 확대했다. 작년 71개이던 참여 기업이 올해는 아마존코리아, 선진버스, 쿠팡풀필먼트 등을 비롯해 영업·서비스·조리(53개), 경영사무(23개), 운전운송(13개), 사회복지·교육(9개), 제조기술(11개), 의료보건(5개), 헤드헌팅(6개), 긱워커(1개) 등 121개로 늘었다. 1600여 명 채용을 목표로 채용 상담 및 면접이 이뤄지는데 행사 기간 5000명 넘는 구직자가 참여할 것으로 재단 측은 예상했다.
임시·단기직 일자리를 뜻하는 ‘긱워커존’에는 면접관, 시험감독, 외부 면접위원 등 쏠쏠한 ‘아르바이트’를 찾는 이들이 개장 1시간 만에 30~40명가량 몰렸다. 조소진 인크루트 뉴워커랩스팀 파트장은 “4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까지 퇴직 교사나 금융권 출신 전직자들이 우리 부스를 찾았다”며 “평소에도 하루 두세 건씩 구인 요청이 들어오는데 업무 환경이 나쁘지 않아 인기가 높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백윤정 씨(57)는 “요즘은 하나의 직업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라며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고령자도 부담 없이 노동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관련 분야 경력자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긱워커, 헤드헌팅 등 유연한 고용이 가능한 기업들의 부스 6곳이 처음으로 차려졌다”고 했다.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
우리나라도 이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서울시는 중장년층의 고용 확대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40~69세 중장년 나이대 인구(2417만명) 가운데 약 17%인 417만명이 서울 등록 인구다.
시는 이번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오는 9월까지 시내 5개 권역(남·중·동·북·서부)별로 중장년 채용박람회를 순차적으로 열 예정이다. 강명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는 “올해 박람회를 통한 채용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구인·구직 시스템을 도입해 중장년층이 손쉽게 새로운 도전에 나설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년층을 위한 유연근로 제도, 파트타임 채용 확대 등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기업들도 중장년 채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