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숨가쁘게 질주한 코스피지수는 지난 15일 장중 8000선을 넘어선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지연으로 인한 유가 상승, 반도체 고점 논란 와중에 불거진 삼성전자 노조 파업 리스크, 글로벌 국채 금리 고공행진 등의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탓이다.
7200선까지 하락한 코스피지수는 그러나 21일 역대급 급등세를 연출하며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증시를 짓누르던 3대 악재가 한꺼번에 완화되면서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주식 선물을 1조원 가까이 순매수해 코스피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3대 호재로 바뀐 증시 리스크
21일 코스피지수는 7815.5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 상승폭(8.42%)은 지난 3월 5일(9.63%)과 4월 1일(8.44%)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로 크다. 삼성전자(8.51%)를 비롯해 삼성생명(13.78%)과 삼성전기(13.48%), 삼성물산 (12.96%), 삼성SDS(12.44%), 삼성증권(8.61%) 등 삼성그룹주가 줄줄이 급등했다. 로봇사업 기대에 현대모비스(25.23%)와 현대위아(16.37%), 현대차(12.50%), 기아(12.38%) 등도 강세를 보였다. 로봇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LG전자(29.83%)는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이날 3.84%로 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대부분 종목이 급반등하며 상승폭을 확대했다. 투자자별로 개인과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각각 2조7885억원, 53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이 3조237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 매수세 대부분을 금융투자(2조6231억원)가 차지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금융투자의 대규모 현물 매수는 개인들의 개별주식 선물 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금융투자가 차익거래를 위해 선물을 매도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로 현물 주식을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가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개인들은 삼성전자 선물을 4546억원, SK하이닉스 선물은 567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 약 50%를 차지하는 반도체 투톱 선물에 대한 개인들의 강한 매수로 지수선물이 상승하자,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현물 주식을 사는 차익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대형주 대부분이 동반 급등한 것이다.
국내 증시에 가장 직접적인 충격을 준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가 전날 밤 극적으로 해소된 것이 이날 급등의 핵심 동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final stages)’에 접어들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일부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5%대 급락세를 보인 점도 투자심리 회복에 일조했다.
앞으로 2.36% 더 오르면 8000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코스피지수가 1만 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코스피지수 목표 범위를 10,000∼11,000으로 상향했다. 해외 IB들이 코스피 목표치 범위를 11,000까지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세는 기업 실적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에 따른 것”이라며 “범용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슈퍼사이클에 있으며 이는 2026∼2027년 코스피 실적 증가와 ROE를 견인할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는 이어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과 MSCI 선진시장 관찰대상국 편입도 지수 상승의 추가적인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아라/고송희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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