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이제 칼을 뽑으십시오" 李 호위무사 김병기 의원 [이재명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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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13 15:52 수정2025.05.13 15:52

사진=강은구 기자

사진=강은구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 정치인이다. 대표적 신(新)친명계로 22대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친명계가 당 주류로 자리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경남 사천에서 태어났지만 초·중·고 학창 시절을 서울에서 지냈다. 경희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7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채용돼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정치권에 인연이 닿은 계기는 김대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 근무하면서다. 참여정부에서도 국정원 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일한 김 의원은 국정원 인사처장을 역임하며 ‘그림자 요원’으로 활동했다.

이 같은 배경을 둔 김 의원이 강조하는 정치 행보는 역설적으로 ‘국정원 개혁’이다. “‘나만 옳다’는 주관적인 애국심을 깨고 국정원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해임된 이후 정부를 상대로 ‘해임 무효 소송’을 벌여 2014년 승소하지만 복직하지 않은 사건이 영향을 줬다. 김 의원은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국정원의 선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후 국정원 개혁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이며 발을 들인 곳이 국회였다. 당시 김 의원은 정치 입문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에 부임하고 4개월도 지나지 않아 10년에 걸쳐 발전시킨 인사제도가 간단하게 폐기됐다”며 “(이 같은 행태를) 정치를 통해 바꿔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신명계로 굳어지기 시작한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21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곧바로 선거캠프인 ‘열린캠프’에 합류하면서다. 김 의원은 이곳에서 현안대응TF단장을 맡았다. 김 의원은 “첫 만남에서 거대 담론보다 실천할 수 있는 현안을 추진하겠다는 이 후보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신명계로 활약하며 전면에서 적극 활동을 이어간다. 문 전 대통령을 조용히 지원하는 과거와 달리 직접 행동이나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이 전 대표를 밀착 보좌한다. 2022년 당시 송갑석 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한 당내 재선 모임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걸고 ‘이재명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할 땐 재선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같은 해 6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가 열리자 박찬대 민주당 의원과 함께 이 후보의 출마를 권유했다. 원조 친명계인 7인회와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반대 의견을 내던 때였다. 이후 이 후보가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할 때도 김 의원은 친명계 텔레그램 채팅방을 만드는 등 전방위적으로 그를 도왔다.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김 의원은 이 후보 체제에서 처음으로 수석사무부총장을 역임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기존의 친명계와 이 후보가 잠시 서먹해진 틈을 놓치지 않고 김 의원이 이 후보의 의중을 잘 읽고 먼저 행동에 나서며 신뢰를 쌓았다”고 평가했다.

2023년 이 후보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두고 당내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최고점에 다다를 때 가장 날 선 비판을 쏟아낸 것도 김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직후 자신의 SNS에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며 “대표님, 이제 칼을 뽑으십시오”라고 적었다.

지난 1일 이 전 대표의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내렸을 때도 김 의원은 “사법 권력이 헌법 질서를 무시하고 입법·행정 권력까지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래봤자 대통령은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김 의원이 국정원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20여 년 동안 국정원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한 만큼 내부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주된 이유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1961년 경남 사천 △중동고-경희대 철학과, 건국대 국가안보전략학과 석사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20·21·22대 국회의원 △20대 대선 경선 이재명 후보 선대위 현안대응TF단장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 △민주당 22대 공천관리위원회 간사 △21대 대선 민주당 선대위 공동조직본부장

대통령은 한 명이지만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수백, 수천명입니다. 대통령 후보 곁을 밀착 보좌하고 유권자 표심 공략 전략을 짜는 참모부터 각 분야 정책을 발굴해 공약으로 가다듬는 전문가까지,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를 돕는 인사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시리즈 기사를 연재합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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