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화재 사망자 14명, 도면엔 없는 휴게 공간서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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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마 지나간 처참한 흔적 > 지난 21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건물 골격 일부가 무너졌고 옥상 주차장은 불에 탔다.   뉴스1

< 화마 지나간 처참한 흔적 > 지난 21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건물 골격 일부가 무너졌고 옥상 주차장은 불에 탔다. 뉴스1

“아들아 거기 왜 네가 있니…나와서 엄마랑 같이 가자.”

22일 대전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유족들의 눈물과 고통스러운 비명으로 울음바다를 이뤘다. 아들의 비명횡사에 넋을 잃은 어머니,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정신을 잃은 아내 등 유족 모습에 분향을 나온 시민들도 연신 눈물을 삼켰다. 소방당국은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께 발생한 화재 이후 약 28시간에 걸쳐 수색 작업을 벌였다. 이어 21일 오후 최종 사망 14명, 중상 25명, 경상 35명 등 총 74명의 인명피해를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화재 현장을 찾은 직후 SNS에 글을 올려 “정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불이 난 원인으로 전기적 요인과 화학 물질 취급 부주의 등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공장 1층에서 화재가 시작된 뒤 검은 연기가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9명이 한꺼번에 발견된 2층 휴게실 복층 공간은 건축 도면에 없는 임의 구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층고가 높은 건물 내부에 자투리 공간을 만들어 사용해 피난 동선이 제한됐다.

분향소에서 만난 직원 A씨는 “창문이 있었지만 건물 안의 창문이어서 뛰어내려도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불법 증축 의혹을 받는 휴게 장소에 직원이 대거 머물다가 탈출구를 찾지 못해 한꺼번에 사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공장 외부에 화재 시 폭발할 우려가 있는 101㎏ 규모 나트륨이 적재돼 있던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손주화 안전공업 대표는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아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연신 사죄했다. 그는 ‘헬스장을 불법 증축한 게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유족들은 ‘불길이 급속히 번진 원인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덕소방서 관계자는 “공장 내 절삭유를 비롯해 천장 등에 찌든 기름때가 많이 묻은 상태였다”며 “기름때뿐 아니라 집진설비와 배관 등에 껴 있던 슬러지(찌꺼기)를 타고 불이 순식간에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소방청,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은 23일부터 본격적으로 감식을 벌인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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