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지구촌 3대 이벤트로 꼽히는 엑스포가 13일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막을 올렸다. 5년마다 열리는 등록 엑스포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사회 디자인’을 주제로 오는 10월 13일까지 이어진다. 158개 국가 및 지역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주최 측은 총 2820만 명이 엑스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개회식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새로운 일본의 자세를 세계에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랜드 링’ 위 걸으며 전시관 한눈에
가장 먼저 눈길을 잡는 것은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북에 오른 ‘그랜드 링’이다. 둘레 2㎞, 지름 615m, 폭 30m, 높이 12~20m인 그랜드 링은 일본의 전통 건축 기법인 관공법으로 지어졌다. 못 하나 없이 기둥과 보를 연결했다. 관람객은 링 위를 걸어 다니며 링 안에 마련된 전 세계 전시관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밤에는 환한 조명으로 화려한 야경을 선사한다.
개막 첫날 종일 비가 내렸지만, 구름 인파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가장 길게 줄이 늘어선 곳은 미국관이다. 우주 탐사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의 로켓 발사 현장을 재현했다.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과 음향으로 현장감을 연출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1970년 오사카엑스포에 이어 NASA의 ‘아폴로’ 프로젝트로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가져온 ‘달의 돌’도 전시했다.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는 우주 테크 기업 등이 참가하는 비즈니스 행사도 열렸다. 중국관도 미국관과 경쟁하듯 우주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6호가 가져온 토양 샘플을 전시했다. 우주정거장 톈궁에 머무는 우주비행사 모습을 촬영한 영상도 상영했다. 중국관은 디지털 기술 선진성을 내세웠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구상을 영상과 디오라마로 선보였다.
개최국 일본은 ‘화성의 돌’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럭비공 크기의 이 운석은 화성에서 날아온 돌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1300만 년 전 화성에서 날아와 수만 년 전 지구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남극관측대가 2000년 쇼와기지 근처에서 채취했다.
화성 운석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돌을 보러 올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찾는다면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주최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예매 입장권 판매량은 약 934만 장으로, 개막 전 목표로 세운 1400만 장의 67%에 불과했다.
◇한국관 대형 스크린 눈길
한국관은 자연과 전통, 첨단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K마케팅’ 전초기지로 꾸며졌다. 총 3501㎡ 규모의 대형 부지에 조성됐으며 외관에 설치한 가로 27m, 세로 10m의 대형 LED 디스플레이로 첫날부터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한국관은 ‘마음을 모아’를 주제로 세 개 테마관을 꾸렸다. 전시 1관은 참여형 인공지능(AI), 음악, 빛을 활용해 미래 세대 가치를 전달한다. 2관에서는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기술을 선보인다. 3관에서는 K팝을 포함한 단편 영상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한 세대 간 소통을 보여준다. 한국관은 이날 ‘재일 동포 기념 월(wall)’ 제막식을 열었다. 1970년 오사카엑스포 당시 재일한국인 후원회를 주도하며 한국관 건립을 지원한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뜻을 기려 조성했다. ‘이희건 한일교류재단’은 이번 엑스포에도 한국관 건립을 위해 총 3억원을 기부했다.
오사카=김일규 특파원/신정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