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부담금,
다른 보험사 합의금 못 깎아”
여러 운전자의 과실이 얽힌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 차량 보험사가 피해자 유족에게 합의금을 먼저 지급한 뒤 공동 가해 차량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이때 보험사가 음주운전자로부터 ‘사고부담금’을 받았더라도 다른 보험사에 청구하는 구상금에서는 이를 공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DB손해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억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9일 확정했다.
현대해상 보험 가입자인 A씨는 지난 2021년 8월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2%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가 인명사고를 냈다.
A씨는 시속 173km로 고속 주행하던 중 5차선에서 2차선으로 진로를 변경하던 B씨의 차량과 충돌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주행하던 오토바이 2대도 차례로 차량과 추돌했다. 중앙선 반대편으로 날아간 오토바이가 택시를 들이받고, 택시는 차선을 넘어가 다른 승용차와 충돌하는 연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의 동승자 여성과 날아간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운전자 총 2명이 사망했다. 다른 운전자 3명도 부상을 입었다.
A씨의 보험사인 현대해상은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의 유족에게 합의금 7억 5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공동 가해 차량인 B씨의 보험사 DB손해보험을 상대로 “B씨의 과실 비율만큼 합의금을 달라”고 구상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DB손해보험 측은 “현대해상이 A씨에게 받을 ‘사고부담금’을 구상금에서 빼달라”고 주장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시행규칙상 음주운전 사고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 운전자는 보험사에게 사고부담금을 내야 한다. 현대해상은 A씨로부터 이 사고부담금을 받으니, 그만큼을 공제하고 구상금을 책정해달라는 주장이었다.
1·2심과 대법원 모두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고부담금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로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피보험자에게 청구하는 돈”이라며 “공동불법행위자의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보험사에 어떤 권리를 주장하거나 정산을 요구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보험회사는 자기차량 손해를 입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 ‘자기부담금’을 공제할 수 있다. 대법원은 사고부담금이 자기부담금과 다르다고도 못박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양측 보험사의 책임분담 비율을 각 50%로 인정하고, DB손해보험에 미지급 구상금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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