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폭넓게 인정
“이전까진 근로계약 있어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교섭 관련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택배노조는 집배점(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등으로 구성됐다. 택배기사는 계약 형식상 집배점과 계약한 개인사업자지만, 실질적으로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한 원청 기업의 지시를 받고 물량을 배정받아 일한다. 이 때문에 근무환경 개선이나 임금 상승 등을 논의하려면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하청 노동자인 택배기사들과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택배노조는 지난 2020년 3~5월 세 차례에 걸쳐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그해 9월 이 같은 단체교섭 거부가 옛 노조법 81조에 규정된 부당노동행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2020년 11월 CJ대한통운이 당시 노동조합법 2조 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택배노조가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자 중노위는 2021년 6월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은 교섭요구사항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옛 노조법 2조 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단체교섭 거부는 노조법 81조 1항 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중노위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올해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근로계약관계를 맺지 않아도 사용자로 간주하도록 한다. 문제는 이 법이 시행되기 전의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사이의 단체교섭 분쟁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1·2심은 중노위와 마찬가지로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사용자라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원고(CJ대한통운)와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옛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이 사건과 동일한 구조인 HD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단체교섭 분쟁 사건의 상고심에서 전원합의체를 통해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옛 노조법은 근로계약관계가 없다면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를 남겼다.
다만 이미 3월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돼 원청 기업의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는 이미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날 택배노조는 성명을 내고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노조법 2·3조 개정에 핵심 역할을 한 택배노동자들의 투쟁과 CJ대한통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1·2심 판결을 부정하고 훼손하려는 치졸한 몽니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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