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위기와 한반도 위기는 하나의 문제다[기고/최강]

1 week ago 6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들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동북아시아 안보를 넘어 세계 안보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았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취임 초 ‘국방전략 잠정 지침’을 배포하면서 미 본토 방어와 대(對)중국 억제가 최우선 목표임을 강조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해군력에서 미 해군의 보유 함정 수를 넘어섰고, 이를 바탕으로 대만을 압박해 왔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규모 함대와 항공기를 동원해 대만 포위 훈련을 했고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을 높였다.

문제는 대만 위기가 부각될수록 한반도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대만 위기가 강조되면서 동북아에 전진 배치된 미군 전력은 대만 대응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는 대만 위기가 한반도 위기를 더욱 가속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대만 위기를 틈타 북한이 서해안의 섬 같은 우리 영토 일부를 기습적으로 점령한 뒤 ‘핵 그림자’ 전략을 활용해 점령을 기정사실화할 경우 대만 문제에 전념하고 있는 미국은 한반도에서 핵전력을 투사하는 데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북한의 남침을 부추기고 지원한 뒤 한반도 위기를 활용해 대만을 공격할 수 있고, 이 경우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경계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증원 전력의 투입을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군사적으로 중국의 도발을 격퇴하면 북한도 억제할 수 있지만, 반대로 북한을 억제한다고 해서 중국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 위기로 촉발될 미중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세계대전이기 때문에 한반도 위기보다 더욱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고,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합의하면서 한국에 대한 핵 보장을 강화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확장억제 공약 강화보다는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북한 핵 위협의 제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거나 미 본토의 안전만을 보장받으려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동북아의 동맹국에 핵전력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대만 위기와 한반도 위기를 동시에 막을 수 있음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한국은 전술핵 재배치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다수의 공군기지가 있고, 주한미군은 냉전 시절에 실제 전술핵을 보관하고 운용한 경험도 있다. 우리 공군은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어 한미 양국이 합의한다면 우리 공군기와 현무 계열의 강력한 탄도미사일을 핵 투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한미 핵 공유를 실현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그간 대만 위기와 한반도 위기를 분리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 대만 위기와 대중 견제에서 한국이 스스로의 역할을 입증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의 가치가 퇴색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한반도와 대만 위기를 동시에 억제할 강력한 수단으로, 한미 양국 모두에 전략적으로 이익이 되는 방안이다. 과감한 결단으로 억제 능력이 강화될 때 한미 동맹은 새로운 전략 환경에서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기고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 사설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