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1996년생, 20대의 마지막 해를 맞은 박지원(29·서울시청)은 ‘대기만성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고등학생부터 20대 초반 전성기를 누리는 보통 쇼트트랙 선수들과 달리 20대 중반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박지원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이런 이미지가 강해진 건 부족한 국제무대 성과 때문이다. 2015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좀처럼 선봉에 나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늦게 핀 꽃’ 박지원은 꾸준함을 대기만성의 비결로 꼽았다.
박지원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대표팀에서 항상 뒷순위에 있으면서 메인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기만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운동을 해왔던 게 지금 성과의 기반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 동안 실패했던 경험이 땅속에 깊게 뿌리 내려 지금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늦은 만큼 박지원이라는 꽃은 화려하게 만개했다. 2022~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현 월드 투어)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초대 크리스털 글로브의 주인공이 됐다. 2023~24시즌에도 왕좌를 지켜내며 2년 연속 크리스털 글로브를 품었다.
박지원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국민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대회는 역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다. 박지원은 내달 7일 중국 하얼빈에서 개막하는 제9회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격한다. 남자 500m, 1000m, 1500m, 남자 계주, 혼성 계주에 출전해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
전 종목 금메달 획득 목표를 밝힌 박지원은 가장 먼저 치러지는 혼성 계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회 시작을 알리는 혼성 계주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면 남녀 선수단 모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 부동의 에이스이지만, 동계 아시안게임은 처음이다. 박지원은 “새로운 경험이 동기부여에 큰 힘이 된다”며 “이번에 잘하면 또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대회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팀킬 논란’의 피해자가 되며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야 했다.
박지원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박지원은 이마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드라마 속 주인공은 항상 어려운 일을 겪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면서 “좋은 일이 생길 테니 어려운 굴곡이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변수는 중국이다. 대회 개최국인 데다 지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당시 편파 판정 논란의 기억도 선명하다. 여기에 린샤오쥔(29·한국명 임효준)과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지원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레이스 중 페널티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오심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딪침 없는 레이스, 비디오 판독이 필요 없는 레이스를 위해 굉장히 노력해 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지원이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린샤오쥔과의 맞대결에 대해선 “솔직하게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면서도 “너무 신경 쓰면 내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상대 선수는 모두 똑같다”고 언급했다.
박지원은 20대의 마지막을 동계 아시안게임으로 장식하고 30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시작하려 한다. 그는 “이보다 더 좋은 시작이 있겠느냐”면서 “(내가 생각하는)드라마 시즌1의 끝”이라고 웃었다.
박지원은 “올해도 건강하고 웃을 날이 많으면 좋겠다”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2월 7~9일에는 국민들의 웃음을 책임지겠다”고 금빛 질주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