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팀 최다 41득점-19리바운드 기록
KBL 이름 딴 ‘크블몽팀’ 승리 이끌어
전희철-조동현 감독, 2Q 심판 맡기도
덩크 조준희-3점슛 최성모 우승 차지
“내겐 한국에서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 수도 있어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다.”이번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자밀 워니(31·SK)는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뒤 이렇게 말했다. 이번 올스타전은 농구 팬과 10개 구단 선수 투표 등으로 뽑힌 올스타 24명이 한국농구연맹(KBL) 마스코트 이름을 딴 크블몽 팀과 공아지 팀으로 12명씩 나뉘어 맞붙었다.
크블몽 팀 유니폼을 입은 워니는 양 팀 최다인 41점과 리바운드 19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팀의 142-126 승리를 이끌었다. 워니는 백보드를 맞고 나온 공을 곧바로 림에 꽂아 넣는 등 덩크슛 6개를 성공시키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워니는 기자단 투표 77표 중 66표를 얻어 두 시즌 연속 올스타전 MVP에 올랐다. 상금은 500만 원.
워니는 2019∼2020시즌부터 6시즌 동안 SK 소속으로 한국 무대를 누비고 있다. 정규리그 외국인 선수상을 세 차례 수상한 워니는 이번 시즌에도 득점 1위(평균 24.5점)에 올라 있다. 그런 워니가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 수 있다고 한 건 지난해 12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워니는 오랜 해외 생활에 지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할 때 친지를 잃는 슬픔을 겪어 삶의 우선순위가 가족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워니는 “누나가 미국에서 조카와 둘이 살고 있어 내가 조카의 아버지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퇴 번복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직은 마음에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8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 이번 올스타전엔 9053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아 만원을 이뤘다. 프로 무대에선 처음으로 같은 팀(크블몽)에서 뛴 허웅(32·KCC), 허훈(30·KT) 형제는 각각 19점, 13점을 넣으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올스타전은 올 시즌 정규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의 전희철 감독(52)과 2위 현대모비스의 조동현 감독(49)이 각각 크블몽, 공아지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두 감독은 2쿼터에 심판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전 감독은 공아지 팀 오재현(26·SK)이 경기 도중 자신을 노려봤다는 이유로 테크니컬 파울을 줘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적장인 조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전 감독이 규정에 없는 내용으로 억지를 부린다”며 전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크블몽 팀의 신명호 코치(42·KCC)는 선수로 잠시 경기에 투입됐다. 신 코치는 선수 시절 ‘수비의 달인’으로 불렸다. 하지만 3점슛 성공률(통산 22.9%)이 좋지 않아 상대 팀 감독이 작전 시간에 “신명호는 (수비하지 말고) 놔둬”라고 지시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날 신 코치가 3점 라인 앞에 서자 후배들은 마음껏 슛을 쏘도록 내버려뒀다. 신 코치는 두 차례 시도 끝에 3점슛을 성공시켜 박수를 받았다.
이날 덩크 콘테스트에선 림 아래 서 있던 여성 팬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덩크슛을 성공시킨 조준희(21·삼성)가 우승을 차지했다. 조준희는 “멋진 덩크슛을 도와준 팬에게 오늘 내가 입은 유니폼과 신발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3점슛 콘테스트에선 26점을 넣은 최성모(31·삼성)가 우승했다.부산=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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