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줄어 미분양 빠르게 감소
인기 지역 아파트값도 오름세
한때 미분양이 속출해 분양 시장의 무덤으로 불리던 대구가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기존 미분양 적체 물량 소진에 속도가 붙고, 신규 분양 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구 미분양 물량은 9월 현재 8864가구로 전국에서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는 지난 3년간 대구에 약 7만9812가구가 공급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같은 기간 부산 6만7572가구, 광주 2만6697가구, 울산 1만7219가구 등 다른 광역시보다 대구의 공급 물량은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최근 대구의 분양 상황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대구 미분양 물량은 최고치였던 2022년 12월 1만3445가구에서 올해 9월 8864가구로 34%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경기도 미분양 물량이 25%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에서도 같은 기간 광주가 291가구에서 1294가구로 345%, 부산은 973가구에서 4871가구로 401% 늘었다.
업계에서는 대구의 주택 수요가 꾸준한 반면 그간 분위기를 살피며 분양을 미뤘던 수요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대구시는 미분양 관리 특단의 조치로 지난해 초 건축심의를 강화하고 신규 접수된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보류했다.
기존에 승인된 주택건설사업지도 분양 시기를 조절해 후분양을 유도했다. 그 결과 대구 신규 분양 건수는 2021년 2만6828가구에서 2022년 1만4682가구, 지난해 941가구로 크게 줄었다.
신규 공급이 크게 줄어든 반면 최근 대구의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 1인 가구 수 등 신규 주택이 필요한 가구 수는 증가하며 주택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의 혼인 건수는 8월까지 누적 기준 6260건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며 출생아 수 역시 올해 8월 기준 659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대구의 1인 가구도 35만9048가구로 전년 대비 5.1% 늘었다.
특히 내년 대구의 아파트 신규 분양이 2556가구로 예상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향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도 내년 1만1384가구를 기점으로 2026년 8171가구, 2027년 1098가구로 급격히 줄어들 예정이다.
이에 대구 내 인기 주거 지역인 신천동과 범어동 등 일부 지역 아파트 매물 가격이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수성범어W' 아파트 전용면적 84㎡ 매물은 15억~17억원을 호가한다. 이는 해당 타입 평균 매매가격인 14억1000만원(KB부동산 추정)보다 최소 9000만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대구의 신규 분양 단지들도 3년 만에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 분양한 'e편한세상 명덕역 퍼스트마크'는 672가구 모집에 8078가구가 몰리며 12.02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예고된 신규 단지 분양도 많다. 태영건설은 12월 대구 동구 신천동 481-1 일원에 '더 팰리스트 데시앙', 자이S&D 역시 올해 말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범어자이르네'를 각각 분양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대구의 신규 단지 분양 성적과 높아지는 시세 등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향후 대구 부동산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