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AI기본법)과 관련해 산업계의 우려가 제기됐다. AI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AI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며 ‘단순 민원만으로도 정부의 기업 현장 조사가 가능한’ 독소 조항이 새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AI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 설치, AI산업 진흥과 전문 인력 양성, AI의 신뢰성 및 윤리 확보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AI 관련 규제 제정 움직임이 빨리지자 한국 기업의 대응을 위해 자체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탄핵 정국에도 여야가 상임위를 열어 법안 처리에 힘을 모은 이유다.
다만 이날 통과한 법안에 의원 발의안에는 없던 조항이 추가됐다. AI 관련 기업들은 ‘법 위반에 대한 신고나 민원만으로 정부가 AI 기업의 사업장에 출입해 조사할 수 있다’는 제40조 2항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거나 혐의가 있을 때’(1항)뿐 아니라 민원만 접수돼도 사실 조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AI 기업 관계자는 “경쟁사의 허위 신고나 악성 민원만으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공무원들이 기업 사무실에 들어와 장부, 서류, 각종 영업비밀 자료까지 조사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법과 비교해도 이 조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통신사업법’과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법’에선 위반 행위가 인정될 때만 사실 조사가 가능하다. 단순 신고나 민원으로는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AI기본법에는 조사 대상인 기업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항이 전혀 없다”며 “조사 계획 통보, 관계인 입회, 조사 증표 지참 등의 규정도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사위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두고 지적이 나왔지만 법안 통과의 시급성을 감안해 일단 통과시키고 수정해 나가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업계의 이런 우려를 인식해 훈령으로 조사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단통법 폐지안)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