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폭우’ 1년]
마을 109곳 중 37곳, 절반도 못써
무너진 도로-다리 정비 없이 방치… 생계 수단 잃고 임시주택 생활도
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 주민 조모 씨(70)는 지난해 호우로 양봉통 8개와 창고, 우사를 잃었다. 보상금 100만 원을 받았지만 창고를 새로 짓고 보일러를 교체하는 데만 500만 원이 들었다. 조종면 신상리에서 8년째 농사를 짓던 70대 부부의 논밭은 흙탕물과 돌 탓에 어디부터 농지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이들은 “거름을 넣어봐도 소용없어 농사에서 손을 놨다”고 했다. 인근 70대 여성 주민도 “아직도 6000m²(약 1800평) 밭에서 돌을 골라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폭우는 몸과 마음의 안식처도 쓸어갔다. 신상리 주민 허모 씨(81)는 폭우가 내린 그날 새벽을 잊지 못한다. 집 밖으로 이웃집 모녀가 침대째 떠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허 씨의 남편이 가까스로 모녀를 구한 뒤 119에 신고했더니 ‘(신고가) 28건 밀려서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 구조된 모녀는 여전히 가평군 청평면의 임시주택에서 산다고 한다.
토사와 건물 잔해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경남 산청군 차황면 부리도 사정은 비슷했다. 주민 정기호 씨(61)는 습관적으로 비 예보를 챙겨본다. 당시 산사태 현장을 불과 10m 거리에서 목격하고, 사고 1분 전까지 이야기를 나눴던 이웃이 숨진 트라우마는 아직도 그를 괴롭힌다.산청읍 병정리 입구 정부교 진입로엔 4일에도 통행금지선이 있었다. 비탈 석재가 무너지고 다리와 도로가 파손된 지 1년이 되도록 정비되지 않아 주민들은 읍내를 오가려면 약 1km를 우회해야 했다.
더딘 복구 작업은 통계로도 나타났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각 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청군 수해복구 예산 5034억 원 중 실제 집행액은 1191억 원(23.7%)에 그쳤다. 마을 109곳 중 37곳은 편성 예산의 절반도 못 썼다. 산사태로 1명이 숨졌던 산청읍 모고리는 예산 중 6.8%만 집행했다. 산청군 측은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곳부터 복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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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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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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