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핵잠 최대 장애물은 美 법체계”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는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위해 원자력 협정 전면 개정, 일부 조항 수정, 별도 협정 체결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서울에서 관련 회의가 처음 열렸고, 이번 달에는 미 워싱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루이엣 전 장관은 “미국은 포괄적인 농축·재처리 권한보다는 범위가 명확하고 안전조치가 적용되는 제한적 권한을 훨씬 쉽게 승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보다는 핵잠 프로그램에 필요한 범위에 한해 별도 협정 또는 예외적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韓美 원자력협정 전면개정은 느려… 한정된 권한 부여가 현실적”
댄 브루이엣 前 美 에너지 장관
“제한 많은 기존 원자력협정 대신
호주처럼 별도협정으로 핵잠 협력
韓 ‘민감국가’ 지정, 향후 불리 우려
SMR 등 민간 분야는 협력 여지 커”
댄 브루이엣 전 미국 에너지장관은 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줄 요소로 한미 원자력협정을 꼽았다. 핵물질의 군사적 이용 금지 등 다양하고 폭넓은 제한 조건을 담고 있는 한미 원자력협정이 핵잠 도입 때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호주가 핵잠 도입 때 미국과 별도 협정을 맺은 것을 언급했다. 호주의 사례가 한국에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핵연료와 핵물질 이전, 비확산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 한국의 핵잠 도입을 위한 원자력 협력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브루이엣 전 장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원자력 정책과 에너지 안보 전략을 총괄했다. 현재 그는 워싱턴의 전략자문사 토리던그룹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에너지 안보 관련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韓 핵잠 확보 가능하지만 시간 걸릴 듯
그는 한국의 핵잠 확보는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가능하다는 것과 임박했다는 게 같은 의미는 아니다”며 “청신호가 켜진 건 맞지만, 그 뒤의 기계장치는 이제 막 겨우 시동을 건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첫 핵잠이 실전 배치되기까진 “현실적으로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브루이엣 전 장관은 핵잠의 연료와 관련해서도 “한국은 프랑스식 모델을 따라 저농축 연료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누가 이를 농축하고 공급할 것인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또 “잠수함을 어디에서 건조할지도 남아 있는 문제”라며 “한국 정부는 한국에서,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건조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브루이엣 전 장관은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해 1월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한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한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이 포함된 민감 국가 명단에 오른 미국의 유일한 조약 동맹국”이라며 “같은 명단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20년을 좌우할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첨단 원자로 분야에선 특히 이러한 마찰이 빠르고 조용하게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평판상 타격은 더 클 수 있다”며 “이는 한국이 미국과의 핵잠 협력에서 기대하는 한국에 대한 신뢰성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감 국가 지정으로 한국 연구자들은 미 국립연구소에 출입하기 전에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하고, 일부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SMR 등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한미 협력 여지 커
브루이엣 전 장관은 소형모듈원자로(SMR) 활용 등 민간 원자력 분야에선 한미가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봤다. 미국의 원자력 핵심 기술과 한국의 원자력 관련 건설 역량을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이런 협력을 “전 세계 원전 건설 시장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맞설 수 있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주장에 대해선 그는 “핵탄두를 다시 배치하면 북한에 더 분명한 도화선만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북한에 한국과의 충돌을 정당화할 명분만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우리(미국)는 타당한 이유로 1991년 전술핵을 철수했다”며 “이를 재배치하는 건 큰 전략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반면 추가적인 억제 효과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브루이엣 전 장관은 CNN 등에 출연하며 이란 전쟁 발발의 핵심 배경으로 꼽히는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는 “이란은 우라늄 농축 능력과 그에 따른 핵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종전 협상에서 미국이 쉽게 양보를 얻어내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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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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