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한시 도입된 정부의 수의계약 특례 제도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은 정부 계약이 1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정부가 이 특례를 계속 활용하면서 수의계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59개 중앙부처(외교부는 자료 제출 거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수의계약 특례를 적용해 계약한 금액은 1조7295억원이었다. 코로나19 수의 계약 특례는 2020년 문재인 정부가 팬데믹 극복을 위해 정부 예산 집행 속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정부 부처 사업은 원래 경쟁 입찰이 2회 유찰돼야만 수의계약이 허용됐지만 1회 유찰만으로도 계약할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애초 이 특례는 2020년 말까지만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매년 연장돼 올해 말까지 유효한 상태다.
수의계약 특례가 이어지면서 이 기간 경쟁 입찰 없는 정부 계약 비중도 불어났다. 국무조정실(92.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88.8%) 법원행정처(87.4%) 개인정보보호위원회(79.4%) 교육부(79.3%) 기획재정부(74.8%) 환경부(74.2%) 등에서 수의계약 비중이 높았다. 계약 금액 기준으로는 방위사업청(6596억원) 해양경찰청(1817억원) 법원행정처(1100억원) 해양수산부(928억원) 경찰청(696억원) 기재부(680억원) 산림청(545억원) 등 순으로 규모가 컸다. 이들 기관 대부분은 코로나19 극복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특례의 본래 취지를 왜곡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부처 사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의계약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천 의원이 이날 기재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와 인사혁신처가 낸 취업심사 결과 등을 교차 분석한 결과, 이들 기관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퇴직공무원(전관)이 취업한 민간 업체(소속 공공기관 제외)와 699억원 규모 수의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퇴직 공무원들이 재취업한 민간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예산을 몰아주는 편법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천 의원은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푼 수의계약 특례를 상시화해 사실상 경쟁 입찰 원칙을 사문화한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국가계약 관행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한시적 특례를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